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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간첩 막으려면 에스토니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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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간첩 막으려면 에스토니아 배워라”

입력
2018.11.23 15:11
수정
2018.11.23 19:15
7면
0 0

WP “에스토니아 정보기관은

서방 국가들 조용한 방첩과 달리

간첩의 실명ㆍ배후 공개하고

푸틴과 연계해 국제적 망신 줘”

서방 측도 최근 공세적 태도로

러시아의 인터폴 장악 막으려

김종양 총재 공개 지지ㆍ로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의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장악을 우려한 서방국가들이 최근 김종양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수장으로 옹립한 데 이어, 이들 나라 정보기관들이 대러 방첩활동에서 앞다퉈 ‘에스토니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발틱해에 인접한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냉전시대 병합됐다가 구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할 정도 러시아가 최대 안보위협인 나라인데, 이 과정에서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러시아 스파이 색출 및 예방에 뛰어난 노하우를 축적했다.

23일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첩보활동을 탐지, 색출, 예방한 것과 관련해 ‘에스토니아 방식’이 미국, 유럽 등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와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몸을 사리던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스파이 활동 및 배후를 언론에 공개하고 인터폴 총재 선출에서 단합된 행동을 보이는 것도 ‘에스토니안 방식’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WP는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간첩과 싸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1990년대 독립 이후 러시아 간첩과 싸우는 과정에서 터득한 에스토니아 정보기관의 거친 대응법을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다른 서방국가의 기존 조용한 방첩활동과 달리 에스토니아는 검거한 간첩의 실명은 물론이고 배후 인물,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연계시키는 방첩활동을 일반에 적극 홍보한다.

대표 사례가 지난 9월 에스토니아 군사 기밀을 러시아군 정보총국(GRU)에 빼돌린 혐의로 붙잡은 데니스 메트사바(39) 처리 방식이다. 당시 에스토니아 정부는 메스타사와 그의 아버지를 체포한 뒤 구체적 혐의 및 배후까지 공개했다. WP는 “에스토니아 정부는 2008년 이후 최소 17명의 러시아 간첩을 체포해 이름과 체포 영상 등을 언론에 알렸다”고 소개했다. 투마스 헨드릭 일브 전 에스토니아 대통령 보좌관은 “에스토니아의 방식은 ‘우리가 너네 간첩을 잡았고, 이걸 공개해서 망신을 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던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틱해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에스토니아. 최대 안보위협국인 러시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서방 첩보기관들의 귀감이 될 만한 대러 방첩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구글 지도.
발틱해와 러시아 사이에 있는 에스토니아. 최대 안보위협국인 러시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서방 첩보기관들의 귀감이 될 만한 대러 방첩 노하우를 자랑하고 있다. 구글 지도.

이런 푸틴 대통령의 국제적 위신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후 러시아의 유사한 첩보활동을 막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 밥 실리 의원은 “엉성한 간첩 활동은 푸틴 대통령을 멍청하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전문가인 마크 갈레오티는 WP와의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로서는 러시아의 결점을 가지고 입김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고, 하네스 한소 에스토니아 의회 국방위원장도 “우리가 옳았다”며 자국 대응책에 만족해했다.

WP는 이런 이유로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러시아의 간첩 활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서방국가들이 최근 공세적 태도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영국이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 암살 시도 사건과 관련해 GRU를 배후로 지목하고 소속 정보원 2명의 이름을 공개한 것과 △지난달 미 법무부가 화학무기금지기구 해킹 혐의로 GRU 요원 7명을 기소한 것을 새로운 흐름의 사례로 꼽았다.

물론 서방의 새로운 대응에도 불구, 러시아의 간첩활동이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에스토니아의 한 당국자는 “(옛 소련 정보요원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있는 한 (간첩활동은) 계속될 것”이라며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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