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으로 선회 배경
트럼프, 중국 추가관세 으름장 불구
미 무역수지 적자도 사상 최대치
“중간선거 분위기 전환 목적” 관측
#최종 합의는 미지수
中, 美 요구 수용 가능성 높지만
트럼프 변심에 협상 확신 낮아져
합의 무산 땐 추가관세 부담감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포연이 일단 멎었다. 치킨게임도 불사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합의 초안을 작성하라고 지시하며 돌연 방향을 튼 것은 만족할만한 성과를 냈거나, 더 큰 전리품을 노리고 작전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종 담판인 이달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남아 있어 양국이 무난하게 전쟁을 끝낼지, 아니면 더 큰 소용돌이로 빠져들지 기로에 선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무역협상을 중단시킨 이후 미국은 거침없이 중국을 몰아붙였다. 7월과 8월 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지난달에는 2,000억 달러 상당의 수입품에 10% 관세를 매겼다. 관세 대상 2,500억 달러는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 5,050억 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 끝장을 보겠다며 남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도 관세를 추가로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시 주석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무역갈등을 원치 않는다”고 사실상 꼬리를 내린 것도 이처럼 막무가내 공세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도 적잖은 내상을 입었다. 미 통계국이 발표한 9월 무역수지 적자는 760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에 달했다. 중국 수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두의 경우, 9월 수출이 8월에 비해 95%나 급감했다. 란히 첸 후버연구소 연구원은 CNBC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로 연일 중국을 압박하지만 어느 시점에는 협상하길 원하고 있을 것”이라며 “향후 협상의 촉매제가 될만한 작은 합의라도 이끌어내려 양국 정상이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최우선 관심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도를 차단하는 것이다. 또 기술이전과 사이버안보, 정부보조금 문제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날 6개월 만에 이뤄진 양국 정상 간 통화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합의 초안 지시 보도가 나온 점에 비춰 중국이 이들 쟁점에서 일정부분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중국은 수 차례 사절단을 보내 미 정부에 대화를 촉구했지만 돌아온 건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미국이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 또 마음을 바꿀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중국도 미국과 협상을 지속할 명분을 얻었다는 의미다.
특히 중간선거가 코앞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과의 협상 국면은 호재가 될 수 있다. 그는 당초 중국을 향해 온갖 독설을 쏟아내며 국내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 했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중미 이민자 행렬, 폭발물 테러, 유대인 총격 등 온갖 사회 분열 이슈에 발목이 잡혀 지도자의 이미지가 실추된 지 오래다. 따라서 분위기 전환을 통해 막판 표심에 호소하려는 계산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최종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30일부터 열리는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 회담을 예고한 것은 상대에게 던진 협상의 마지노선이나 마찬가지다. 지난달 멕시코, 캐나다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타결할 당시 미국이 벼랑 끝 전술로 사용했던 방식이다. 무산된다면 중국은 추가로 엄청난 관세를 떠안으며 미국과 다시 일전을 벌여야 한다. 정치컨설팅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트럼프가 중국과 충분치 않은 합의에 그친다면 국내 정치적으로 상당한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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