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의 톱10 순위를 보면 살짝 어리둥절할 수도 있습니다. 익숙지 않은 가수의 노래가 차트에 줄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일 차트 1위는 폴킴의 ‘너를 만나’입니다. 지난달 29일부터 차트 정상에 올라 5일째 내려갈 생각을 안 하고 있죠. 이뿐이 아닙니다. 폴킴의 또 다른 노래 ‘모든 날, 모든 순간’도 9위에 올라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 곡은 지난 3월 발표됐습니다. 곡이 나온 지 7개월이 지나서까지 톱10에 버티고 있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폴킴이 새 음원 강자로 떠올라 그의 옛 곡까지 음악팬들이 찾아 듣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차트를 보면 하나의 경향이 보입니다. 4위는 양다일의 ‘고백’입니다. 이 가수 또한 역시 폴킴처럼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음악인은 아닙니다.
두 가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어두운 멜로디에 차분하게 노래하는 게 특징입니다. 기존 발라드 가수와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문세, 이승철, 김동률과 비교하면 이들의 노래는 독백에 가깝습니다. 시원하게 내뽑는 고음도 격정도 없습니다. 굳이 말을 만들어 붙이자면 ‘밀레니얼 발라드’랄까요. 덤덤하지만 듣기에 편안하고, 한 번에 각인되지는 않지만 천천히 스며듭니다. 지난해 큰 인기를 누린 헤이즈의 ‘비도 오고 그래서’를 떠올리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헤이즈를 비롯해 폴킴과 양다일은 분명 새로운 발라드 양식으로 음악애호가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 또 하나의 샛별이 등장했습니다. 신인 가수 히스(Heath)입니다. 히스는 지난달 31일 ‘우리가 내일을 말할 수 있을까’를 공개했습니다. 데뷔곡은 인상적입니다.
물기 없이 스산한 목소리는 묘하게 중독적입니다. 물방울 떨어지듯 명징하게 울려 퍼지는 전자기타 한 대의 연주가 그의 목소리에 여운을 더하죠.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같다고 할까요. 평면적이지만 살짝 뭉그러진 붓 터치와 그 속에 깃든 고독함. 이 곡을 듣다 보면 해질녘 구름 뒤에 숨은 수줍은 노을이 그려집니다. "특별함은 무뎌지고 익숙함에 기울어 가는 우리가 내일을 말할 수 있을까"란 노랫말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수필처럼 운치 있는 가사라 반갑습니다. 요즘처럼 가사에 집중할 수 없는, 멜로디만 있고 이야기는 없는 음악의 시대엔 더더욱 말입니다.
이 곡으로 세상에 나온 히스는 12월 또 다른 신곡을 낸다고 합니다. 내일을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청년의 노래와 달리, 그의 가수로서의 내일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강추
딘의 노래 ‘인스타그램’을 좋아했던 음악팬이라면.
비추
‘격정의 후렴구’를 중시하는 이들에겐 수프 반 만 넣은 라면 같을지도.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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