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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죽어간다” 청와대 앞 집결한 왕년의 태극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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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죽어간다” 청와대 앞 집결한 왕년의 태극전사들

입력
2018.11.02 20:0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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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축구인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청의 선수모집 중단 방침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아산 무궁화 축구단을 존속시키기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축구인들이 2일 오전 청와대 인근에서 경찰청의 선수모집 중단 방침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아산 무궁화 축구단을 존속시키기 위한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의 일방통행, 한국축구 죽어간다! 죽어간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앞 분수광장. 홍명보, 김병지, 송종국, 최진철 등 2000년대 그라운드를 누볐던 왕년의 태극전사들이 속속 집결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 오찬에 초청돼 청와대를 찾았던 이들은 16년이 흐른 이날, 해체 위기에 놓인 아산무궁화축구단(프로축구 2부리그ㆍ전원 의무경찰로 구성) 존속을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를 다시 찾아 집회ㆍ시위를 가진 것이다. 경찰청이 2023년 의경 제도 폐지와 맞물려 지난 9월 구단에 선수 선발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자 축구협회를 비롯한 축구계는 “갑작스러운 통보”라며 반발했지만 경찰청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지난해 의경 폐지 결정 당시 치안 업무와 상관없는 홍보단, 체육단을 먼저 폐지하기로 결론 내린 데 따른 것”이라며 입장에 변화가 없자 마지막 보루로 청와대 문을 두드린 것이다. 이날 태극전사를 비롯, 분수광장을 찾은 축구계 인사는 3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붉은 유니폼이 아닌 검정색 차림으로 주먹을 불끈 쥔 채 구호를 외쳤고, 축구단 해체를 막아달라는 호소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는 마이크를 잡고, “러시아월드컵 때 정부가 K리그와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며 “경찰청이 이와 반대되는 정책을 추진해 축구계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축구 2부 리그인 아산무궁화축구단이 해체되면 프로축구 2부리그 운영이 어려울 뿐 아니라 부속돼 있는 유소년 팀까지 해체할 수밖에 없어 축구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한편 축구계의 애타는 목소리와 별개로, 유명 체육인들이 청와대 앞에서 집회ㆍ시위를 갖기는 처음이어서 달라진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대통령 관저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다’는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라 경찰은 그 동안 분수광장 앞 집회는 물론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금지했지만 정권교체 직후인 청와대 측의 전면개방 결정으로 지난해 6월부터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덕분에 청와대 앞 분수광장은 광화문광장에 버금가는 집회시위 메카로 거듭나는 분위기다. 장삼이사나 유명인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집회 1번지’가 된 것이다. 청와대 인근을 관할하는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청와대 앞 개방 이후 하루 수십 건씩 집회가 열리고 분수광장 앞 기자회견은 셀 수도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초기 소음공해를 호소했던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들도 1년이 지난 지금 불만이 잠잠해진 모양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온라인에서 많은 파장을 불러온 것처럼 청와대 앞 분수광장은 직접적인 국민 호소의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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