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2012년 한국 대법원 파기환송 때부터 일본 정부가 관련 자료를 수집해오던 점을 감안하면 1년 전부터는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 확정 판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외무성 간부들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대응책 검토를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1년 이상 전부터”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이 이런 움직임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며 문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한일 간 역사문제 해결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피해자 명예회복과 보상, 진실규명과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국제사회의 원칙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으며, 일본 지도자들의 용기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외무성이 한국과 북한을 담당하는 ‘북동아시아과’를 2개로 나눈 것도 징용 피해자 문제 대책의 일환으로 분석했다. 일본 외무성은 지난 7월 북동아시아과를 한국을 담당하는 1과와 북한을 담당하는 2과로 나눴다. 이에 대해 신문은 “북한 문제 대응뿐 아니라 장기화가 예상되는 징용공과 위안부 문제에 전념할 필요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일본은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이 나오자 ‘일한청구권 관련 문제대책실’을 아시아대양주국에 설치했다.
그러나 신문은 “한국에 대한 일본 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 한국과의 공조가 중요한 시기여서 대립을 피하고 싶어하는 게 일본 정부의 속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국제재판을 포함, 모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볼 방침이지만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판단할 경우 한일청구권 협정에 근거해 해결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협정에선 분쟁 발생 시 협의하고, 해결하지 못할 경우 ‘중재’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사히는 외무성 간부를 인용, “한일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협의나 중재가 열린 전례가 없다”며 “한국 측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얻기는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일본 측이 이전부터 거론해 온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에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제재판을 포함, 모든 선택지를 놓고 의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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