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기업 셀트리온이 개발해 유럽에 진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가 프랑스 입찰 수주에 성공했다. 같은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로 먼저 프랑스에 진입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치고 대규모 수주를 따내면서 현지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
셀트리온 제품의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관계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프랑스 주요 병원연합체 입찰 기관 두 곳에서 지난달 허쥬마가 낙찰됐다”며 “해당 두 기관의 수주 물량은 프랑스 내 트라스투주맙 시장의 약 40%에 해당한다”고 2일 밝혔다. 프랑스 내 트라스투주맙 시장 규모는 연 약 3,500억원으로 유럽에선 이탈리아와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유방암과 위암 치료제인 허쥬마(2018년 2월)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온트루잔트’(2017년 11월)에 이어 유럽에서 허가받은 2번째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제넨텍이 개발하고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판매하는 허셉틴은 연 매출이 약 7조5,000억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약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날 약과 성분이 동일하기 때문에 빨리 허가받아 먼저 이름을 알린 주자가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게 제약업계의 통념이다. 이번 낙찰로 허쥬마는 이런 통념을 깼다. 선두주자인 온트루잔트와 바짝 쫓아오던 후발주자 ‘칸진티(제조사 암젠)’를 모두 제쳤다. “입찰 기관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다른 점을 잘 포착해 맞춤형 전략이 적중한 결과”라고 셀트리온헬스케어 측은 설명했다. 이로써 향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관련 업체들 간 ‘선두주자 효과’와 마케팅 역량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프랑스는 주변 유럽 국가들보다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보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부 주도의 바이오시밀러 우호 정책이 확대되면서 바이오시밀러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처럼 시장성과 상징성을 모두 지닌 프랑스를 선점했다는데 이번 낙찰의 의의를 두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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