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인물’로 규정하며 비판
WP, 쿠슈너 등 백악관과 통화서
기존 사우디 입장과 상반돼 논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무슬림 형제단 소속의 위험한 인물”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통화에서다. 하지만 카슈끄지의 가족들은 “지난 수년간 제기돼온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부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 “빈살만 왕세자는 통화에서 ‘카슈끄지는 무슬림 형제단 소속이었다’고 말했다”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볼턴 보좌관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위험하다고 규정한 조직이다. 왕세자와 쿠슈너 선임고문, 볼턴 보좌관의 통화는 카슈끄지가 지난달 20일 사우디 왕실이 카슈끄지의 사망을 인정하기 전에 이뤄졌다고 WP는 보도했다.
이처럼 빈살만 왕세자가 백악관과의 통화에서 카슈끄지를 ‘위험한 인물’로 묘사하며 비판한 것은 사우디 정부의 공식입장과는 상반된다. 사우디는 카슈끄지의 죽음에 대해 “끔직한 비극”이라고 애도했고, 빈살만 왕세자조차 “이번 사건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모든 사우디 국민이 비통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주미 사우디 대사는 카슈끄지를 ‘친구’로 호칭하며 “조국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카슈끄지 가족은 “카슈끄지는 결코 위험한 인물도, 무슬림 형제단 소속도 아니다”라면서 “지난 수년간 반복해서 그런 주장을 부인해왔다”고 밝혔다. WP는 “볼턴 보좌관도 통화에서 카슈끄지가 과격 성향이라는 왕세자의 주장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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