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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100% 재활용 종이컵은 시작… 글로벌 식품포장용지 시장에 도전장”

입력
2018.11.04 15:00
수정
2018.11.04 20: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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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페이퍼 윤철 대표

윤철 리페이퍼 대표가 서울 강동구 본사 사무실에서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컵과 빨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철 리페이퍼 대표가 서울 강동구 본사 사무실에서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컵과 빨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세계는 지금 플라스틱과 전쟁 중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반대 운동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쓰는 게 그나마 나은 대안이지만 국내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이나 식품포장용지 대부분은 물에 젖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코팅이 돼 있어 재활용은 5~10% 수준에 그친다. 분리수거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매립되거나 소각되기 일쑤인데 땅에 묻어도 잘 썩지 않고 태울 경우 유해가스가 배출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 있다. 2014년 창업한 리페이퍼는 친환경 식품포장용지 제조 기술과 관련 제품을 개발하는 업체다. 식품포장용지를 직접 만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B2B(기업 간 거래)용 친환경 코팅 약품이나 코팅 원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100% 재원료화 할 수 있고 쉽게 자연분해 가능하며 태워도 유독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환경 무해성 제품을 개발한다.

신생 기업으로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리페이퍼의 기술력은 유럽에서 먼저 알아봤다. 유럽 3대 제지사 중 한 곳인 스페인 렉타가 2021년까지 350억원어치 코팅제를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리페이퍼에 관심을 보인 회사는 렉타뿐이 아니다. 윤철 리페이퍼 대표는 “유럽과 국내에 이어 최근 미국 대형 제지업체와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라며 “지식재산권 보호 장치가 마련된다면 조만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제지회사 연구원 출신이다. 1994년 한솔제지에 입사해 기술개발팀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한 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이수했다. 학창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는 그는 “직장 생활을 하며 창업 아이템을 제지 분야로 정하게 됐고 유학을 하며 환경 문제와 제지 산업을 접목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지만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친환경 제품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 믿었다”고 말한다. 회사 이름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종이로 돌아가자(Return to Paper)’는 뜻에서 리페이퍼로 지었다.

윤 대표가 개발한 친환경 코팅제는 아크릴레이트 계열로 종이가 물에 젖는 것을 막아주는 내수성과 물 안에서 분산되는 수분산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년 전에도 개발 가능한 소재였지만 당시엔 지금보다 가격이 2배가 비싸서 PE보다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다.

시간이 흘러 PE 가격이 오르고 아크릴레이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창업 환경이 조성됐다. 그러나 상품성을 갖춘 코팅제로 개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련 제품 개발에 나섰는데도 실패했던 건 리페이퍼만큼 제지 기술과 코팅제 기술을 두루 꿰뚫고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리페이퍼가 개발한 코팅제는 가격이 PE와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종이에 적용하는 공정도 기존 PE와 같아서 제지업체엔 신규 설비 투자 부담이 없다”고 설명했다.

리페이퍼는 설립 이듬해인 2015년 나이스(NICE)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대주주는 바뀌었지만 윤 대표는 독자적으로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는 경영권을 약속받았다. 그는 “기존 시장에 없는 새로운 소재를 만드는 기업이 창업 초기에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인데 나이스그룹이 리페이퍼 뒤에 있었기 때문에 렉타 같은 큰 기업과 계약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임직원 수 12명의 작은 회사이지만 렉타와 계약 후 회사는 급성장하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 리페이퍼의 매출은 약 30억원 규모로 예상되며 내년 목표는 100억원”이라고 말했다. 자연분해성 코팅제를 적용한 종이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2020년까지 1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어서, 리페이퍼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리페이퍼가 개발한 제품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EL606, 독일규격협회(DIN)의 산업 퇴비화 인증, 호주 친환경인증인 GECA에 이어 글로벌 안전인증전문기업인 UL의 친환경 인증까지 획득했다. 윤 대표는 “리페이퍼의 친환경 코팅기술이 접목된 식품포장재 코팅지는 미국 제지펄프공업 시험규격에 의한 표준 펄프화 시험과 북미 제지 연구기관의 재펄프화 실험 등에서 평균 97~98%의 높은 재생섬유 수율 및 재펄프화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100%에 가까운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윤 대표에게 식품포장용지는 시작일 뿐이다. 산업용으로 쓰이는 종이, 기체와 습기를 차단할 수 있는 코팅제, 두유팩이나 주스팩처럼 알루미늄이 포함된 용기를 대체할 수 있는 코팅제도 이미 개발을 마쳤거나 개발을 진행 중이다. 나무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나노(10억분의 1) 수준으로 분해한 고분자 물질 ‘나노 셀룰로스’를 원료로 사용해 만드는 소재도 도전해볼 계획이다.

윤 대표는 친환경 소재 개발에 있어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일회용 제품을 줄이는 것보다 재활용을 늘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데는 공감하지만 일회용품 사용을 피할 수 없다면 재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 기술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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