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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곡곡 노포기행] 사화 피해 내려온 선비들이 장도 패용하며 충절 상징으로

입력
2018.11.03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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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광양장도박물관’ 박종군 장도장 

[저작권 한국일보] 박종군 장도장이 직접 제작한 장도. 맨 앞줄에 있는 장도가 고래 수컷의 생식기 뼈로 만든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종군 장도장이 직접 제작한 장도. 맨 앞줄에 있는 장도가 고래 수컷의 생식기 뼈로 만든 것이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종군 장도장이 직접 제작한 장도.
[저작권 한국일보] 박종군 장도장이 직접 제작한 장도.

장도는 예로부터 남녀 구분 없이 허리띠나 주머니 끈에 늘 차고 다닌다고 해서 패도(佩刀)라고도 불렸다. 대개 한 뼘 남짓한 10~20㎝ 크기로 칼집이 있는 작은 칼이다. 한자로 단장할 ‘장(粧)’를 쓰는 데서 알 수 있듯 장도는 호신용은 물론 예술적 공예미까지 갖추고 있다. 고려와 조선시대 때는 국왕의 공식 외교사절단이 상대국에게 줄 예단 품목에 장도가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그 가치와 명성이 뛰어났다. 장도의 칼자루와 칼집으로 쓰이는 재료는 금과 은, 옥, 비취, 수정, 금강석, 황동, 물소뿔, 고래(수컷) 생식기 뼈 등 다양하며, 여기엔 국화와 여치 등 전통 문양이 화려하게 새겨진다. 장도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전남 광양이 패도의 본고장이 된 것은 고려 초부터 전란이나 사화(史禍)를 피해 내려온 선비들이 자신의 충절을 표시하기 위해 손수 만들어 패용했고, 자손들에게 그 기술을 익히게 했기 때문이다. 장도가 충절과 정절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배경이다.

이런 장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모두 177개 공정에 1만 번의 망치질을 거쳐야 한다. 하나의 장도를 탄생시키는 건 이렇듯 모질고 고된 작업인 셈이다. 장도의 생명인 예리한 날을 세우기 위해 쇠를 두들기고 펴는 일, 즉 벼리는 일은 단순한 제련 작업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다’는 장도의 정신을 칼의 몸인 도신(刀身)에 스며들게 하는 작업이다. 박 장도장은 “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정신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장도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렇듯 칼날에 새겨진 철학과 정신 탓에 장도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수십, 수백, 수천 만원에 달하는 경우가 예사고 억대뿐만 아니라 아예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도 많다. 물론 박 장도장이 한때 ‘먹고 살기 위해’ 1만~5만원짜리를 만든 적도 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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