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시찰 계기로 갑론을박…차기 대선후보 가능성 겨냥해 견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이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비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유럽순방 기간 중 국방부 장관과 차관, 국가정보원장, 국가안보실 차장 등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일정이 계기가 됐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군사지휘관을 대동해 전방부대를 시찰했다. 기고만장하다”면서 “DMZ상 맥아더 선글라스 끼고… 자중하라”고 정면 공격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유신정권 경호실장으로 악명을 떨친 차지철과 박근혜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에 임 실장을 비유하면서 공격이 절정에 달한 상황이다. 친노ㆍ친문의 차기 대안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그에 대해 여권 내부의 견제는 물론 야권으로선 차기 대권후보로 간주해 미리 공격을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임 실장에 대한 정치권 반응을 놓고 본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손학규 대표와 임종석 비서실장의 과거 인연이 어떻길래 연배로 봐도 한참 후배인 임 실장을 비판하기 시작한 건가요.
21세기소년백서(백서)=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임 실장이 돌연 여야 당대표동행 초청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야당대표들이 야권을 무시했다고 반발했었죠. 이때 손대표가 한때 정치적 스승(?)이었던 자신에겐 언질을 줬어야 하는거 아니냐며 서운함을 느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후 꽃할배 등 발언으로 감정이 쌓였고, 이제는 정치적 선후배가 아닌 여권실세 대 야당대표로, 대립관계가 굳어졌다는 겁니다.
여의도 구공탄(구공탄)=사실 손대표는 취임초 본보와의 인터뷰 때도 이 문제를 꺼내자 ‘체급’ 얘기를 꺼내며 말을 아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임 실장에 대한 비판이 늘어나는 건데요. 일각에선 관록의 손 대표가 워밍업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또 아웃복서스타일로 들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문 대통령을 향해 각을 세워야 하는데 그 전초전으로 임 실장을 향하고 있다는 얘기죠.
불나방=이낙연 총리도 임 실장과 불편한 관계라는 얘기가 있는데 이유가 뭔가요. 이 총리가 임 실장을 경쟁자로 본다는 것인가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사실 이 총리와 임 실장 사이에 알력이 작용한다는 얘기는 문 정부 출범 초기부터 나왔어요. 국회의원 4선에 전남지사까지 지낸 이 총리 입장에서 임 실장은 겨우 재선을 한 까마득한 후배일수 있는데, 정권초부터 청와대가 주도권을 쥐면서 책임총리를 자처한 이 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들이 많았죠.
백서=호남에선 벌써부터 차기 대통령은 호남 출신이 돼야 한다는 대망론을 띄우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나오지 않았고, 진보진영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황이 대망론을 띄울 적기라는 겁니다. 마침 호남 출신인 이 총리와 임 실장이 모두 여권 잠룡 후보군으로 꼽히기도 하고, 이 총리는 차기 지도자여론조사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신경전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죠.
구공탄=권력의속성상 2인자 경쟁은 필연적이라고 봐요. 문제는 너무 일찍 총성을 울리게 되면 국정운영에 상당히 부담이 된다는 점이죠. 문 대통령의 복심이었던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비서실장 자리에 있었어도 저런 모습이 노출됐을까 하는 얘기도 나옵니다.
불나방=김동연, 장하성 교체설이 기정사실화 됐는데 임 실장의 거취는 향후 청와대 개편과 관련해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당나귀=임 실장도 내년 초에는 21대 총선 출마를 위해 청와대를 나와야 할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노영민 주중대사가 임 실장의 뒤를 이을 것이란 얘기도 진작부터 회자되고 있죠. 노 대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중기간 국내에 머물렀던 사실이 논란이 된 것을 노 대사가 비서실장으로 가는 것을 견제하는 권력투쟁 탓으로 보는 해석도 많았어요.
평생 낮술(낮술)=최근 갑작스레 ‘임종석 때리기’가 부상한 배경을 살펴봐야 합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함께 임종석 실장까지 교체대상에 올리려는 ‘작전세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인데요. 일부 구체적인 정치인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죠. 다만 아직까지는 청와대 내부의 여론이라기 보다 여의도나 지역 정가의 호기심 내지 자가발전 수준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중론입니다. 지난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따로 임 실장만 불러 향후 과정을 논의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후문도 있죠.
불나방=그럼 DMZ 방문은 배경이 있나요.
낮술=선글라스 논란이 된 DMZ 방문도 문 대통령의 승인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사실 청와대 비서실장의 모든 대외활동은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임 실장의 활발한 대외행보는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방증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불나방=추후 임 실장이 당으로 돌아올 경우 어떤 위치에서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요. 전대협 세대의 대표주자인데.
당나귀=당장은 차기 총선준비가 급해 보입니다. 20대 총선 때는 서울은평을 후보에 도전했다 강병원 의원에게 경선에서 패했죠. 전남 장흥이 고향이지만, 민주당의 안방이라 갈 명분이 없어요. 자신의 옛 지역구인 서울 성동은 선거구개편 이후 홍익표 민주당 의원과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이 깃발을 꼽고 있습니다. 결국 험지로 출마하거나 정치적 상징성이 큰 곳으로 가야할텐데, 경우에 따라선 정치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불나방=여권내 다른 잠룡들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백서=아직까지 잠룡에 대해 말하기 꺼리는 분위기죠. 소위 '문빠'라고 하는 대통령 팬클럽의 위세가 여전하고 당내에서도 친문계의 장악력이 강한 상황에서, 잠룡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면 공격의 대상이 돼 흠집만 날 것이란 우려가 있죠.
당나귀=민주당안팎에선 ‘안이박김’은 아니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요. 서동요나 십팔자요처럼 여겨지죠. ‘비(非)문(재인)’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차기 대권주자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뜻이죠. 마지막 김이 누구인지는 말하는 이마다 달라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경수 경남지사 모두 거론되죠. 이 총리나 임 실장 이름이 포함되지 않은 걸로 보면 차기 경쟁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가늠해보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을듯합니다.
여당탐구생활=잠룡 후보군이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된 건 아니지만 문 대통령의 후광으로 여권 곳곳에서 차기 주자들이 후보군에 새롭게 편입되며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청와대 언저리에선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기록한 이 총리, 야권의 견제를 받고 있는 임 실장이 일단 눈에 띄지만 문 대통령과 경쟁했던 잠룡들도 박원순 시장, 이재명 지사 등 안희정 전 지사를 제외하면 여전히 건재해요. 여기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하고요. 정치상황 변화에 따라 선택지가 무궁무진하게 포진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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