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9 남북 군사합의 이행 첫날인 1일 찾아간 서해 연평도에는 합의 이행으로 긴장이 완화될 거라는 기대감과 분위기가 정착되기 전의 어수선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대다수 북한 해안포가 닫힌 가운데 일부 열려 있는 해안포가 포착됐으며, 어민들은 북측의 군사합의 이행을 두고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국방부는 이날 서해 연평도 일대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포사격과 기동 훈련, 정찰 비행을 금지하기로 한 9ㆍ19 군사합의 이행 첫날, 서해 일대에서 북측이 합의를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남북은 군사합의서에 따라 11월 1일부터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ㆍ포신 덮개를 설치하고, 포문 폐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에 우리 군은 북측을 향해 항상 열려 있던 연평도 내 10문의 해안포를 닫았다. 연평도 앞 해상에는 우리 해군 고속정 2척이 40㎜ 함포에 흰색 덮개를 씌운 채 기동하고 있었다.
연평도에서 12㎞ 떨어진 북측 개머리 지역은 85㎜ 해안포와 122㎜ 방사포가 집중된 군사 요충지다. 합의대로라면 모든 해안포가 닫혀 있어야 하지만 취재진의 관찰 결과 개머리지역에서 관측된 4개의 해안포 중 1개의 포문은 열려 있었다. 나머지 3개 중 2개는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나머지 하나는 닫혀 있었다.
군 관계자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 팩시밀리를 통해 포문 1개가 개방되어 있으니 조치하라고 요구했더니 상부에 보고해 조치하겠다는 회신이 오늘 오전에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의를 위반하려는 것은 아니고 의도하지 않은 우발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합의를 어길 의도였다면 4개 포문을 모두 열어야 하나, 닫힌 포문이 있는 것으로 볼 때 합의 위반 의도는 없어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 연평도 외 백령도 등에서 우리 군이 관찰한 결과 다른 해안포들은 폐쇄됐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연평도 주민들은 아직까지 남북 간 합의에 따른 군사적 긴장 완화를 실감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연평도 어촌계장을 지낸 박태원 평화수역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는 사실 (군사적 긴장 완화가) 피부로 와 닿지는 않는다. 노무현 정부 때도 잘 되다가 (북한이) 돌변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연평도) 주민들은 과거 힘들게 살았던 것을 완화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잘 돼서 정부가 난국을 잘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현장 순시에 나선 박한기 합참의장은 “남북 군사 당국의 적대행위 중단 조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첫발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평도=국방부 공동취재단ㆍ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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