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밀착 강화되자 공세 나서
정치국은 “경제 하방 압력 크지만
美 압박에는 굴복 안할 것” 결의
중국이 근래 미국과 군사적으로 밀착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대만에 공개 경고를 보냈다. 중국 지도부는 또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공식화하면서도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1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대만사무판공식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형식이든 미국과 대만 사이의 정부 간 교류와 군사적 연계에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외부세력과 연계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깬다면 스스로 나쁜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대만해협에 군함을 보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 의지를 내비치자 대만을 향해 미국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중국의 경고는 대만을 향했지만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미국은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대만을 군사ㆍ외교적으로 지원하면서 이를 대중 압박카드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 7월과 10월 대만해협에 잇따라 군함을 통과시키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또 지난해 6월 대만에 대한 14억2,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상당의 무기 수출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9월엔 F-16 전투기를 비롯한 군용기 예비부품 3억3,000만달러(약 3,760억원) 수출도 허용했다.
중국은 특히 미국과 대만 간 밀착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미국이 통상 압박과 대만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미중관계를 더 이상 호혜ㆍ협력에 기반한 공존에 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제 무역질서에서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면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영토주권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일현 정파(政法)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대만 문제를 시작으로 위구르나 티베트자치구 독립 문제를 건드릴 수 있다고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가 중국 경제가 강한 하방 압력을 받는 어려운 처지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나서 주목된다. 물론 중국 지도부의 최종 결론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대한 정면돌파였다.
이날 중국 관영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수뇌부인 정치국은 전날 회의에서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고, 일부 기업의 경영상 어려움이 크다”고 진단한 뒤 “장기적으로 쌓인 리스크가 드러나고 있는 현 상황을 매우 중시하면서 예측성을 강화해 적기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후인 지난 8월 “새로운 문제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던 정치국이 이번엔 경기 둔화 우려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는 시 주석의 경제정책 기조인 온중구진(穩中求進ㆍ안정 속 발전)을 견지하되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서 보듯 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향후 경기부양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국은 이번 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온건한 화폐정책, 자본시장 개혁 등을 강조하면서도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경기 둔화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중국 지도부는 미국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차세대 인공지능(AI)을 발전시키는 건 과학기술혁명과 산업 변혁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와 관련돼 있다”면서 “AI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을 가져야 하며 이를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무역전쟁의 빌미로 삼았지만 결코 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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