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61% “부남ㆍ부제 등 신조어로 대체”
여성뿐 아니라 남성 상당수도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등 남편 가족만 높여 부르는 호칭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련님 대신 ‘부남(夫男)’ 아가씨 대신 ‘부제(夫弟)’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부르는 것에도 거부감이 없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립국어원은 1일 ‘일상 속 호칭 개선 방안’ 관련 설문(8월 16일~9월 26일 실시)과 국민 의견 총 8,254건을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5명 중 4명 이상(83.7%)이 호칭어 등 표준언어예절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性) 비대칭적인 가족 친척 호칭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는 남녀 구분이 없었다.
‘남편의 동생을 부르는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라는 호칭을 계속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성 93.6%, 남성 56.8%가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아내의 동생을 말뜻 그대로 처남, 처제라 부르는 것과 달리 남편의 동생만 높여 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반영된 것이다.
도련님, 아가씨의 대체어로 여성 응답자는 ‘부남 부제’(60.7%)를 가장 선호했다. 남성은 ‘00(이름)씨’(53.3%), ‘부남 부제’(40.1%) 순으로 꼽았다. 부남 부제는 아내의 동생을 일컫는 호칭처럼 말뜻 그대로의 남편 동생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시댁에 대응하는 말로 처가댁 외에 ‘처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써도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여성 91.8%, 남성 67.5%가 ‘된다’고 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지난해 관련 실태조사 때 기타의견에 ‘부남 부제를 만들어 부르자’가있어 이번 설문조사 보기에 넣었는데, 이 호칭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신조어를 쓰려면 전문가들의 언어학적 분석과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부연했다.
직장에서 쓰는 호칭과 관련해 ‘00양, 00군, 미스0, 미스터0라고 불러도 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9.6%가 ‘안 된다’고 답했다. 공공기관이나 식당, 마트 등에서 고객이나 직원을 부를 때 ‘아버님 어머님’ 혹은 ‘이모 삼촌’ 과 같은 친족어 대신 ‘선생님’ ‘사장님’ ‘고객님’ 등 객관적 직함을 쓰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응답자들은 특히 식당에서 직원을 부를 때 ‘이모님’ ‘삼촌’이라고 부르기보다 ‘여기요’ ‘저기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앞으로 호칭 체계 등 표준언어예절 정비 작업 과정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참고하고 각계 의견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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