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 ‘레트로토피아’
지난해 타계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작이다. 근대의 특징은 유토피아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었다. 조금만 더 애쓰면 조금은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탈근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이건 불가능한 희망이 됐다. 단단한 고체 사회라면 한 단계 한 단계 전진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어디 한곳 마음 놓고 닻 내릴 곳 없는 유동화된 탈근대 사회란 두 발을 버둥거려 봐야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가’라는 질문에 부딪힐 뿐이다.
레트로토피아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ㆍ정일준 옮김
아르테 발행ㆍ272쪽ㆍ2만원
그래서 인기 끈 게 ‘레트로(Retro)’토피아다. ‘자아로의 회귀’ ‘부족으로의 회귀’ ‘자궁으로의 회귀’다. 이는 곧 ‘홉스로의 회귀’, 간단히 말해 퇴행이자 퇴보요, ‘우익 포퓰리즘’의 득세다. 바우만이 제안하는 건 공중에 떠 있는 여러 땅을 차례로 디디는 판(Pan)토피아의 가능성이다. 굳건하지 않아도 함께 디딜 공간을 찾아내 연대를 재확인하는 것. 그게 아니면 사실 무슨 대안이 가능할까.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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