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원산 건설현장 찾은 김정은 “적대세력, 제재책동 광분”
美 재무부는 한 달여 만에 대북 금융거래 주의보 다시 발령

비핵화 협상 재개를 앞두고 대북 제재를 둘러싼 북미 간 신경전이 다시 가열되는 분위기다. 북한 지도자의 노골적인 적대감 피력에도 아랑곳없이 미국은 재차 대북 금융거래 주의보를 발령하며 국제사회를 단속했다.
1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추정)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적대세력들이 우리 인민의 복리 증진과 발전을 가로막고 우리를 변화시키고 굴복시켜 보려고 악랄한 제재 책동에만 어리석게 광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모든 것이 어렵고 긴장한 오늘과 같은 시기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과 같은 방대한 창조대전에서 연속적인 성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적대세력들에게 들씌우는 명중포화”라고 강조하며 ‘우리 식 발전 속도’를 과시하자고 독려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은 ‘제재 무용론’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이 역점 추진하는 사업이다. 김 위원장은 8월에도 이곳을 방문해 해당 사업이 ‘강도적인 제재 봉쇄로 우리 인민을 질식시켜 보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첨예한 대결전’이라고 주장했었다. 현재 북한은 초기 비핵화 조치와 제재 완화를 바꾸자고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강도 삼지연군 방문으로 19일 간의 ‘잠행’을 중단한 김 위원장은 잇단 건설 현장 시찰로 공개 활동을 재개하는 모습이다. 삼지연군과 원산갈마지구와 더불어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관광지구 건설 현장에도 나타나 설계를 빨리 완성하고 연말까지 건물 기초공사를 끝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협상 지렛대를 포기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이날 미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발표한 대북 금융거래 주의보를 통해 북한이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우려한 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FT)를 상대로 국제사회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대북 대응 조치를 취해 달라고 촉구했다.
단속반은 주의보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의 주요 내용과 함께 미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의 독자 제재 조치 등을 4쪽에 걸쳐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단속반의 주의보 발령은 한 달여 만이다. 6월 FAFT가 북한을 대응 조치가 필요한 나라로 지정하자 9월 21일에 단속반이 같은 내용의 주의보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주의보 발표는 지난달 19일 FAFT가 다시 대응 조치 필요 국가로 지정한 일이 계기다.
최근 부쩍 두드러져 보이는 미 정부의 제재 필요성 강조는 대화 국면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압박 지속 명분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외교 협상 레버리지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망도 갈수록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행동이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미 라디오 진행자인 로라 잉그레이엄과 한 인터뷰에서 북한 핵ㆍ미사일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 사찰 관련 질문에 “그건 내 카운터파트와 다음주 논의할 사항 중 하나”라고 대답하며 북미 고위급회담의 내주 개최를 공식화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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