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ㆍ장하성’ 실패 교훈, 새 팀은 투쟁보단 협력 우선
홍남기ㆍ김수현 하마평… 靑 정책실장 인선이 더 힘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차기 경제 투톱이 어떤 조합이 될 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김수현 사회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1일 “전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할 내용인데,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그 만큼 인사 퍼즐 맞추기가 쉽지 않고 문 대통령의 고심도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에 대한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과 향후 경제 정책 방향과 관련,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형식적으로는 부총리 물색이 더 어려워 보인다. 경제에 대한 전문성뿐 아니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정도의 도덕성을 갖춘 이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적합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 속에 아직까진 홍 실장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산업부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던 홍 실장은 재정과 예산 업무에 뼈대가 굵은 경제관료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장은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자리인 탓에 장관과 차관 중간 정도로 평가된다. 장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부총리로 가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없잖다. 정통 기재부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전 부총리로 임명한 전력이 있는데다 금융 논리로 해운 산업을 붕괴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이 걸림돌이다.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발탁설도 나오지만 수석으로 임명된 지 4개월 밖에 안됐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변양균 전 정책실장도 눈 여겨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의중과 국정기조를 잘 이해하는 국회의원 출신 등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인선하기 더 힘든 자리는 정책실장이다. 어떤 인물을 앉히느냐에 따라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색깔을 읽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여권 핵심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경제와 사회 정책에 모두 경험이 있는 김 수석이 돋보이는 후보”라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김 수석은 이미 정권 초기 정책실장 후보에 올랐었다”며 “부동산 등 복잡한 이슈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문 대통령의 신임도 깊다”고 전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노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쇄신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인물이란 얘기다. 학자 출신이지만 참여정부에서 경제 비서관과 환경부 차관 등으로 일하며 부처 운영 경험도 갖췄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후임 투톱 간의 유기적 조합이 이뤄질 수 있느냐다. 김 부총리-장 실장 조합의 폐해는 컸다. 김 부총리의 경우 ‘패싱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정권 핵심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부총리가 ‘자기 정치’를 하는 모양새도 연출됐다. 더욱이 두 사람은 최저임금 인상 등과 관련,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며 갈등했다. 문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을 각각 담당하게 됐지만 이미 서로 다른 경제 철학을 노출한 투톱이 상반되는 노선의 아이콘이 되면서 경제 정책의 엇박자는 더 커졌다. 새 경제팀은 적어도 이런 노선 투쟁적 모습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점에서 인선은 그 만큼 어렵다. 사실 김 수석의 경우 대통령 의중은 잘 알지만 ‘김 수석=종합부동산세’가 연상될 정도로 참여정부 시절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라는 인상이 강하다. 좀더 시장친화적 인선을 기대하는 여론과는 거리가 있다. 되레 진보개혁노선을 더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돼 시장 분위기만 더 위축될 수도 있다.
임기 1년 5개월 째인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의 교체 가능성도 매우 큰 상태다. 청와대 경제실무라인인 이호승 일자리기획 비서관과 차영환 경제정책비서관이 후보군에 올라 있다. 다만 장관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재부 1차관 인사는 장관 인사 이후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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