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민주주의를 통해서 국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이르 보우소나루(63) 브라질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를 통해 집권하게 된 것은 어쩌면 아이러니하다. “독재정권의 실수는 좌파 정치인들을 고문만 하고 죽이지 않은 것이다”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동료 의원에겐 “너는 강간할 가치도 없다”는 보우소나루.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 이상의 극우 성향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그가 지난달 28일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임기는 내년부터 시작된다.
보우소나루는 1988년 리우데자네이루 시의원을 시작으로 199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선 전까지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은 좌파의 부패와 무능에 지친 국민들에게 보우소나루의 거침없는 발언들이 ‘사이다’처럼 신선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브라질의 트럼프답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젊은 층을 사로잡았는데 그의 페이스북 팔로워는 무려 850만명에 이른다. 이는 상대 후보였던 페르난두 아다지의 178만명보다 5배 많은 숫자다.
보우소나루는 극우 정치의 기본인 보호무역과 더불어 치안강화와 부패척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그 방법은 매우 과격하다. 범죄자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보단 즉결 심판으로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내친김에 군인으로만 구성된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혐오를 전면에 내세운 주장도 서슴지 않는데, 초창기 트럼프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는 어린 아이들을 때려서라도 동성애를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난민들을 ‘쓰레기’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제 브라질은 극우 정치의 아래에 놓이게 됐다. 좌파의 부패와 무능으로 망가진 브라질을 되살릴 기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30년간 이뤄온 브라질의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브라질의 미래가 어찌될 것인가와 상관없이 미국과 남미, 유럽을 잇는 글로벌 우파 벨트가 한층 두터워진 것만은 사실이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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