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5부 요인ㆍ여야 지도부와 사전환담… 35분 연설 23차례 박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세 번째 시정연설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여야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동안 23차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며 싸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오전 9시 40분쯤 국회에 도착해 문희상 국회의장 등 5부 요인과 여야 지도부를 만나 환담을 나눴다. 문 의장이 이 자리에서 “정부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국민들이 많이 있는데 대통령께서 그 부분을 신경 써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하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에 역점을 두고 예산안에 반영했으니 많이 도와달라”고 답했다.
환담장에서는 선거제도 개혁도 화두에 올랐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7개 정당이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제2의 촛불을 들었다”고 화제를 꺼내자,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국회의 의지에 기대를 걸어보겠다”고 대답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은 19대 국회 때 중앙선관위에서 객관적, 중립적인 안을 이미 제시했다”며 “이 안을 기본으로 해서 비현실적인 부분은 현실화하고 수정ㆍ보완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면 선거구제 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오전 10시쯤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야 의원들은 기립해 박수로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석과 가까운 통로로 입장해 연단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 연단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은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 등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연단에 선 이후에도 여당 의원들은 1분여 동안 박수로 환호했지만 다른 야당 의원들은 침묵을 이어갔다.
오전 10시 10분쯤 시작된 문 대통령의 연설은 약 35분간 진행됐다. 남색 양복에 푸른색과 회색이 교차된 넥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선 문 대통령은 도표와 사진을 인용한 프레젠테이션(PT)을 활용해 연설을 이어갔다. 특히 어머니와 함께 살며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부부로 이뤄진 4인 가족의 사례를 소개하고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할 경우 각 구성원이 받는 혜택을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연설 중 포용성장을 포함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대목마다 여당 의원들의 뜨거운 호응이 터져 나왔다. 본회의장 입장과 퇴장 시 박수를 포함해 23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의원들도 호응에 동참했다. 반면 한국당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11월 시정연설 때처럼 단상을 향한 항의문구나 현수막이 등장하진 않았지만 연설 내내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폰을 만지는 등 무반응으로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호응이 없는 야당 의석을 향한 시선을 끝까지 유지했고, 연설 말미에는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우리는 함께 잘 살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외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층 본회의장에 입장할 수 없어 2층에서 홀로 시정연설을 지켜봤다. 원외 당 대표가 굳이 객석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연설이 끝나자 민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퇴장할 때까지 약 5분 동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연단에서 내려온 문 대통령은 활짝 웃는 표정으로 야당 의석을 향해 걸음을 옮겨 한국당 의원들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연설이 끝난 후 본회의장 밖으로 나가려다 문 대통령이 다가오자 멈춰 서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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