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축구 대표팀 수비수 장현수(28ㆍFC도쿄)가 국가대표 선수 자격 영구박탈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공정위원회(전 징계위원회)를 열어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장현수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 영구박탈과 함께 벌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국가대표 선수 관련 중징계로는 2007년 아시안컵 대회 도중 음주로 파문을 일으킨 이운재(대표선수 자격정지 1년ㆍ축구협회 주최 대회 출전정지 3년ㆍ사회봉사 40시간), 우성용, 김상식, 이동국(이상 대표선수 자격정지 1년ㆍ축구협회 주최 대회 출전정지 2년ㆍ사회봉사 40시간)이 징계를 받은 이후 최고 수위다.
공정위원회가 단호하게 칼을 빼든 이유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 정서에 가장 민감한 병역 문제를 건드렸고, 여론도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를 넘어 전 종목에 걸쳐 현재 체육요원으로 복무 중인 24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서창희 공정위원장은 “일본에서 뛰는 장현수가 대한축구협회 등록 선수가 아니어서 협회 차원의 출전 자격 제재는 실질적인 처벌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해 대표팀 자격 영구박탈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벌금 3,000만원은 대표팀 명예실추에 대한 최고액이다.
서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면서 “제명 등의 징계는 7년 이상 지나면 재심을 통해 사면될 수 있지만 국가대표 자격은 사면 등의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도 “2007년 음주 파동 이후 최고 수위의 징계”라며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어주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11월 호주에서 열리는 두 차례 축구 대표팀 평가전 소집이 불발된 장현수는 이번 중징계로 내년 1월 개막하는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비롯해 앞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없게 됐다. 물론 장현수가 이번 징계 관련 재심을 축구협회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에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축구협회를 통해 낸 사과문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에게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다”면서 “축구협회의 징계와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전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장현수는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34개월 동안 해당 분야의 특기활동을 해야 한다. 청소년 또는 미취학 아동 등을 대상으로 544시간 봉사활동을 하고, 그 실적을 관계 기관에 증빙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장현수는 2017년 12월부터 2개월간 모교인 경희고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훈련했다며 196시간의 봉사활동 증빙 서류를 제출했지만 폭설이 내린 날 맑은 날씨에 훈련하는 사진을 첨부하거나, 같은 날 찍은 사진을 다른 날 봉사활동을 한 것처럼 올리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됐고, 결국 서류 조작을 시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장현수는 축구협회에 11월 호주 원정으로 치러지는 두 차례 대표팀 평가전 소집 명단에서 빼달라고 요청했고, 축구협회와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사태의 중요성을 고려해 곧바로 소집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