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관 건축 계획 3년만에 보류
신세계 서울 최대 타이틀 유지
롯데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뒤에 백화점 하나를 더 지으려는 애초 계획을 보류하고 기존 점포를 리노베이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롯데가 본점 증축 카드를 다시 꺼내기 전까지 ‘서울 시내 최대 백화점 타이틀’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상당 기간 차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본점 뒤 주차장 부지에 9층 규모의 별관을 짓는 증축안을 보류하고 대신 내년께 기존 점포에 대한 리노베이션을 추진한다. 롯데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 대규모 백화점을 짓는 데 관련 규제가 많아 당분간 증축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며 “대신 내년부터 기존 점포 리노베이션을 통해 백화점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3년 전부터 본점 증축을 시도해 왔다. 신세계가 강남점 증축하며 롯데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 시내 최대 백화점 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점 인근에 문화재인 ‘환구단’이 있어 증축을 위해서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또 소공동 일대가 도심 난개발을 막기 위해 건물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는 ‘특정가구정비지구(特定街區整備地區ㆍ이하 정비지구)’로 지정돼 있어 착공이 늦어졌다.
정비지구는 서울시가 1990년대 해제하기로 하고 아직 해제하지 않아 행정착오 논란도 빚어졌다. 하지만 롯데는 본점 증축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롯데는 환구단 주변 경관 보호를 위한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해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서울시로부터 정비지구가 본점 증축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대답도 얻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지구를 명시한 구(舊) 도시계획법이 2003년 폐지됨에 따라 정비지구도 사실상 효력이 없다”라며 “새로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적용으로 증축 관련 규제를 받을 수 있지만, 적어도 정비지구 때문에 건물을 짓지 못하는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규제가 해결됐음에도 롯데는 최근 백화점 증축 계획을 보류하고 대신 리노베이션을 통해 쇼핑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롯데가 백화점 증축 카드를 내려놓자 업계는 이를 그룹 내부 상황과 연결 지어 보고 있다. 그룹 총수가 최근까지 구속돼 있었던 만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기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롯데 본점이 40년 가까이 가지고 있던 ‘전국 단일 점포 매출 1위’ 타이틀 주인이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규모 증축을 통해 2016년 8월 새로 문은 연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매출을 전년대비 20% 이상 늘리며 1조6,000억원 안팎의 롯데 본점 매출을 거의 따라잡은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실적에 따라 단일점포 매출 1위 타이틀 주인도 바뀔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롯데가 본점 증축 카드를 내년 이후 다시 꺼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뤄졌던 그룹 주요 경영 현안 추진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백화점 본점 증축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증축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시기를 확정 지을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 증축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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