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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원자력안전위 비전공자 향한 엇나간 비난

입력
2018.11.01 14:47
수정
2018.11.01 18:1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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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국회원전수출포럼과 원자력정책연대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의 헛발질 어록을 고발한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원안위 비상임위원 3명(김호철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한은미 전남대 화학공학부 교수,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원전특위 위원장)이 원자력 기초 지식이 없어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이들 위원이 과거 원안위 회의 때 했던 발언들을 예로 들며 원안위가 이들을 과외 시키는 ‘원자력 학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원안위 회의에 여러 차례 참관한 경험에 비춰보면 원자력 비전공 위원과 전공 위원들의 원자력 전문지식 차이는 확연하다. 비전공 위원들이 좀 더 공부하고 왔으면 싶었던 적도 적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원리나 용어를 설명하느라 회의 시간이 길어진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원안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원은 원자력뿐 아니라 환경 보건의료 과학기술 공공안전 법률 인문사회 등 원자력 안전 관련 분야 인사가 고루 포함돼야 한다. 정책을 결정할 때 원전 관계자들이 ‘전문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원자력 비전공자의 시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 위원 3명은 각각 법률과 과학기술, 인문사회 전공자다.

위원들 실명을 거론하며 헛발질했다고 비아냥댄 국회원전수출포럼의 태도는 전문가로서 소신을 밝힌 원자력 전공자들을 향해 ‘마피아’라며 무차별 공격했던 과거 일부 시민단체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총 9명의 원안위원 자리 중 현재 5개가 공석이다. 원전 안전 정책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만큼 원자력 전문가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위원장을 제외한 공석 4개 중 2개는 국회 추천 몫이다. 비전공 위원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비어 있는 위원 자리를 서둘러 채우는 게 국회가 할 일이다.

국회원전수출포럼 대표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헛발질 어록과 함께 배포한 성명서에서 “원안위 위원장과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원자력안전 분야 전공자로 임명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해당 자리에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반(反)원전 인사들이 물밑에서 거론되는 데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5년 전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 수년 동안 품질 기준에 못 미치는 부품이 원전에 납품됐고, 이 비리에 수많은 원자력계 관계자들이 가담했다. 전문가를 믿었던 국민들은 분노했다. 원자력을 잘 아는 사람들만 모여 있다고 해서 원전을 안전하게 돌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자력계와 국회, 원안위, 시민단체들이 싸움으로 지새는 동안 원전 현장에선 기술자들이 떠나고 있다. 무식하다, 마피아다 서로 비난만 하지 말고, 원전을 더 짓든 안 짓든, 남아 있는 원전은 안전하게 돌려주길 바란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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