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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원 인터뷰하다 회유돼 범죄 가담한 영화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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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원 인터뷰하다 회유돼 범죄 가담한 영화제작자

입력
2018.11.01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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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대포전화기를 개통, 건넨 영화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직원들이 압수물을 들여다 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대포전화기를 개통, 건넨 영화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직원들이 압수물을 들여다 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만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회유당해 오히려 범죄에 가담한 영화제작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일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영화사 대표 강모(4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모(33)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유령법인을 만들도록 자신의 명의를 제공한 채모(57)씨 등 12명을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유령법인 및 사업자 33개를 개설한 뒤 콜센터용 대포전화기 860여대를 개통,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그 대가로 10억여원을 챙겼다.

중국에 보내진 이들 대포전화기는 일반 가정 전화기와 달리 상대방 휴대전화에 발신자 번호가 ‘070’ 또는 ‘1588’ 등으로 뜬다.

이들은 대포전화기 개통을 위해 채씨 등 12명을 이용했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광고를 내고 찾아온 채씨 등에게 대출을 빌미로 법인개설을 유도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대출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형사처벌만 받을 처지에 놓였다.

경찰이 압수한 대포전화기와 직원들이 사용한 대포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이 압수한 대포전화기와 직원들이 사용한 대포폰.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찰조사결과 강씨가 범행에 처음 가담하게 된 것은 2016년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에 복수하는 이야기’라는 내용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중국 조직원들을 만난 게 화근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위해 중국 내 7개 조직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한 조직원으로부터 “콜센터용 전화기를 개통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에 영화제작비가 생각나 가담하게 됐다. 그는 경찰조사에서 “제안을 받고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강씨의 범행은 치밀했다. 전화 단말기를 중국으로 보낼 때 인천항과 평택항 등에서 중국을 오가는 소무역상들을 이용했다. 소무역상들에게 보낼 때는 퀵서비스만을 이용했다. 퀵서비스도 여러 지역을 거쳐 가도록 해 최초 발송지를 숨기기도 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직원들간에도 별명을 사용하는가 하면 2~3주 단위로 대포폰을 바꿔 사용했다.

대포 전화기를 건네받은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국내 133명으로부터 10억원 상당의 사기행각을 벌였다.

경찰관계자는 “올 초 보이스피싱 범죄 수사 중 특정 번호가 유령법인 명의로 개설된 사실을 파악해 수사하게 됐다”며 “유령법인 개설과 전화기 개통 과정에 제도적인 허점이 있어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기관에 제도개선 사항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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