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되고(眞) 선(善)하며 아름다운(美) 대한민국 ‘국가대표 미인’ 출신들답게 출중한 미모와 단정한 자태, 조리있는 언변은 여전했다.
그러나 자선행사 개최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사다리를 타고 건물 외벽을 올라 현수막을 부착한 적도 있다고 까르르 웃으며 말하는 모습에서 마냥 우아하기만 한 드레스 차림 ‘미의 여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스코리아 당선자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미스코리아 녹원회(이하 녹원회)가 얼마전 신임 집행부를 선출하고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신임 장은진(2000년 미스갤러리아) 회장과 이정민(1998년 미) 부회장, 김소윤(2002년 미스골든듀) 부회장은 내년 초 3년간의 임기 활동 시작에 앞서 “전임 집행부 등 선배 미스코리아들이 탄탄하게 다져놓은 토대에 걸맞도록 더욱 튼튼하고 근사한 집을 짓겠다”며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 녹원회의 어제와 오늘
지난 1987년 ‘사랑 봉사 나눔’을 기치로 출범한 녹원회는 2013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공익성을 더욱 강화했다. 지금은 400여명의 전 미스코리아들이 회원으로 함께 하고 있다.
장 회장은 “처음에는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해 보자는 목적으로 모였던 친목단체였다”며 “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회원 모두가 더 강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자선 바자회 등 사회봉사 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말대로 불우 아동과 독거 노인 등 사회 곳곳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꾸준히 힘써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활동 상황이 예전만큼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아 녹원회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지 일부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 이 부회장은 “미스코리아 대회의 위상이 달라진 탓이 있으나, 바뀐 시대 분위기를 발빠르게 따라잡지 못한 우리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신임 집행부부터 반성할 대목”이라고 담담하게 얘기했다.
▶ 오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 또 전진
녹원회 신임 집행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자체 수익구조를 개발해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들을 위한 센터 건립과 회원들의 재능 기부 형태로 꾸려질 교육 기관 설립, 미스코리아 대회 위상 재고 등의 오랜 꿈을 이루려면 외부 업체의 도움만으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 회장은 “우리를 색안경 끼고 보는 소수의 시선도 있지만, 저와 이 부회장을 포함해 회원 대부분이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엄마이자 여성이란 점에서 아동 복지와 여성 재교육은 사랑 봉사 나눔이란 출범 취지에 딱 들어맞는다”며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쉼없이 달려가려면 녹원회만의 힘이 있어야 한다. 그 힘을 키우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 단계를 밟아가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랑스의 명문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졸업후 현재 유튜브에서 푸드 크리에이터로 활동중인 김 부회장은 “꽤 오랫동안 미스코리아 대회가 연예계 진출의 관문으로만 인식돼 왔으나, 실은 많은 회원들이 연예계 말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면서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은 분들 혹은 당선후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회원들의 재능을 한 데 모은다면 미스코리아 대회의 위상도 지금보다 한층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후배들에게 한마디, ‘왕관의 영광에 안주하지 마세요’
이들은 후배 미스코리아들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도 잊지 않았다. ‘왕관’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자기만의 매력자본을 성실하고 당당하게 가꿔나가는 미스코리아로 성장해주길 주문했다.
신임 집행부는 “바깥에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녹원회 회원들 가운데는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바깥일 육아 살림을 홀로 도맡아 해내는 ‘억척 워킹맘’부터 자기만의 활동 영역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전문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미스코리아 선발 과정에서 얻은 긍정적인 자기애와 자신감으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밝힐 수 있도록 녹원회가 앞장서서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성준 기자 when914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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