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14명의 사상자를 낸 고속버스 전복 사고는 고속도로 상에 떨어진 화물차 적재물이 사고의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적재불량 화물차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에서도 화물을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할 의무를 운전자에게 부과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기는 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로교통법에서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운전 중 실은 화물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덮개를 씌우거나 묶는 등 확실하게 고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운전자에 대해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을 규정한 것으로, 여기에서의 ‘구류’는 1일 이상 30일 미만의 기간 동안 형무소에 구치하는 형벌을 뜻하고 ‘과료’는 2천원 이상 5만원 미만의 재산형을 뜻한다. 이처럼 적재물 추락방지 의무 위반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처벌의 정도는 극히 미약한 수준이며 그마저도 실제로 형사처벌 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적재불량으로 단속이 되더라도 승합차와 4톤 초과 화물차, 특수차, 건설기계는 5만원, 승용차 및 4톤 이하 화물차에는 4만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만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적재불량에 대해서는 단속 자체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단속이 되더라도 처벌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엄격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 요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런데 화물차 운전자들이나 단속 업무를 하는 담당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적재물을 어떻게 고정하여야 안전하게 고정된 것인지 확인이 어렵고, 단속 시에도 위반 여부의 판단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즉, 적재물을 안전하게 고정하여야 할 의무는 부과되어 있지만 어떻게 고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도 않고 운전자들에게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인데, 이런 상황에서 단지 단속과 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하여 적재물 낙하 사고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2월에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에서 발행한 『적재불량 개방형 화물차의 고속도로 진입규제 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경우 “European Best Practice Guidelines on Cargo Securing for Road Transport”, 미국은 “Driver’s Handbook on Cargo Securement”, 일본은 “안전운송을 위한 적하고박 방법”이라는 매뉴얼 혹은 지침에서 화물의 적재방법 및 유의사항에 대해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교육 및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위와 같은 구체적인 매뉴얼이나 지침은 찾아보기 어렵고, 2014년에 교통안전공단에서 발행한 『화물자동차 적재물 안전관리 매뉴얼』정도만 확인되는데, 해당 매뉴얼에서는 적재화물 고정장치의 규격이나 고정위치, 결속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기술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적재화물의 유형별 적재방법을 개괄적으로 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마련된 매뉴얼 마저도 화물차 운전자들이나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에 대한 주기적인 교육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올 들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낙하물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도로 위의 낙하물은 타인의 생명을 불시에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들에게 그 위험성을 각인시키고 적재물 고정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여 주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단속 및 처벌을 함으로써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법무법인 제하 변호사 강상구
* 강상구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수료 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을거쳐 현재 법무법인 제하의 구성원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자동차 관련 다수의 기업자문 및 소송과 자동차부품 기업 로버트보쉬코리아에서의 파견 근무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자동차 산업에 관한 폭넓은 법률실무 경험과,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얻게 된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 지식을 바탕으로 [강변오토칼럼]을 통해 자동차에 관한 법률문제 및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분석과 법률 해석 등을 제시하고 있다.(skkang@jeha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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