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라는 직업으로 일년동안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이유로 해외를 곧잘 다니게 된다.
모터쇼는 물론이고 모터스포츠를 취재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는 11월에도 마카오 그랑프리를 취재할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다. 게다가 이후에 니스모 페스티벌, 오토살롱 등도 고민 중에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 11월 1일, 한국닛산이 올 뉴 리프를 공개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무심결에 일본을 찾아 올 뉴 리프를 한 발자국 빨리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시승할 기회만 엿보다가 드디어 시승 기회를 만들어서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먼저 만난 리프, 과연 올 뉴 리프는 어떤 매력을 갖췄을까?
닛산 헤드쿼터의 지원
이번 시승은 일본 요코하마에 적을 두고 있는 닛산 헤드쿼터의 도움으로 진행되었다. 문의를 해보니 최대 일주일까지 취재를 위한 시승 차량 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반납 전에 주유 및 세차를 해달라는 조건이 붙는다.
본격적인 시승기의 앞서 다시 한 번 이번 시승에 도움을 준 닛산 헤드쿼터의 '아키야마 토모유키' 담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일본어가 서툰 입장에서 영어는 물론, 한국어도 서툴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한 직원이 있다는 점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닛산 올 뉴 리프 G
이번에 시승하게 된 차량은 리프의 최고 사양인 올 뉴 리프 G였다. 개인적으로는 닛산 모터스포츠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니스모 버전을 기대했지만 닛산 측은 '올 뉴 리프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을 경험해보라'는 메세지와함께 리프 G를 준비해줬다.
참고로 올 뉴 리프는 4,445mm의 전장을 갖고 있던 초대 대비 35mm가 늘어난 4,480mm의 전장을 시작으로 1,790mm의 전폭, 1,540mm의 전고를 통해 제법 스포티한 컴팩트 해치백의 실루엣을 갖췄다. 여기에 휠베이스를 2,700mm이다.
V-모션을 품은 세련된 해치백
올 뉴 리프의 외형은 말 그대로 세련되고 스포티한 해치백의 매력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실제 닛산의 컨셉 모델인 ‘V-모션 2.0 컨셉’ 등의 이미지가 돋보인다. 특히 낮게 깔린 전면부와 뒤로 이어지는 실루엣은 날렵한 해치백의 감성에 매력이 더욱 강조된다.
V-모션 2.0 컨셉 특유의 디자인은 올 뉴 리프의 스타일이 핵심으로 자리를 잡는다. 전면 중심의 V 형태의 가니시와 입체적이면서도 푸른색 패널이 시각적인 매력을 과시한다. 이에 맞춰 날렵하게 구현된 헤드라이트 또한 시각적인 만족감을 자아낸다.
측면은 투톤 바디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게다가 맥시마와 데뷔를 앞둔 신형 알티마 등이 선보이고 있는 플루팅 루프 디자인을 그대로 계승하며 고급스러우면서도 세련된 아이덴티티를 잘 드러낸다.
후면 디자인 역시 만족스럽다. 친환경 차량임을 알리는 건 리어 디퓨저의 푸른색 가니시 뿐이고 되려 스포티한 해치백의 감성을 잘 살려냈다. 여기에 날렵하게 다듬은 부메랑 스타일의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 또한 인상적이었다.
초대 리프의 아쉬움을 극복한 실내 공간
올 뉴 리프의 실내는 말 그대로 초대 리프의 빈약한 실내를 완전히 극복해 그 이상의 매력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글라이드윙으로 명명된 디자인 기조에 따라 레이어드 스타일로 다듬어진 대시보드와 직관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센터페시아를 마련해 그 만족감을 높였다.
건조한 플라스틱만으로 채워진 대시보드가 훨씬 만족스럽게 변한 것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소재의 만족감이 높아졌다. 특히 플라스틱 자체의 우레탄 함량이 늘어나며 그 만족감은 꽤나 준수했다. 여기에 최상위 트림이라는 이점 덕인지 실내 곳곳의 요소들을 보는 즐거움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디스플레이 패널을 적용하고 푸른색 라인을 더해 친환경 차량의 감성을 잘 살려낸 계기판과 D-컷 스타일로 다듬으며 역동적인 감성을 잘 드러낸 4-스포크 스티어링 등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끌어 올려 전반적인 만족감이 상당했다.
7인치 디스플레이 패널이 자리한 센터페시아는 다양한 기능이 마련된다.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보스 사운드 시스템과 연동된 멀티미디어, 블루투스 등이 사용되며 터치 인터페이스 덕에 ‘자동주차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버튼 및 다이얼의 크기나 조작감은 평이한 수준이다.
실내 공간은 준수한 모습이다. 휠베이스는 초대 리프와 큰 차이가 없는 2,700mm지만 패키징의 최적화 덕분인지 체감되는 공간이 한층 넓어진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의 텔레스코픽 기능이 부재된 건 아쉽고 또 시트 포지션 높이 자체가 다소 높은 편이지만 1열 공간의 레그룸, 헤드룸, 그리고 시트의 만족감이 상당히 우수했다.
2열 공간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시트 자체의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차체 하단에 배터리를 배치하며 자칫 헤드룸에 대한 협소함이 우려되었지만 평균적인 체격의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큰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아 패밀리카의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올 뉴 리프의 트렁크 공간은 깊이 자체는 깊은 편이 아니라 적재 공간이 우수한 건 아니지만 차체 폭을 최대한 활용한 공간을 제시하며 부피가 큰 짐을 쉽게 적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시승 차량은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어 트렁크 안쪽이 평탄하지 않은 게 단점이었지만 큰 캐리어를 적재하고도 여유가 충분했다.
150마력으로 향상된 출력
올 뉴 리프의 보닛 아래에 기존 초대 리프의 109마력(80kW) 대비 41마력을 끌어 올린 150마력(110kW) 급 EM57 전기 모터가 자리한다. 토크 또한 32.6kg.m에 이르며 더욱 향상된 주행 성능은 물론이고 고속 주행에서도 더욱 여유롭고 넉넉한 주행 감성을 과시한다.
이와 함께 40kWh 리튬 이온 배터리를 차체 하부에 적용해 JC08 기준 1회 충전 시 400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했다. 다만 JC08 기준이 국내 공인 연비 대비 30~50% 가량 높기 때문에 국내 기준이라면 약 300~320km의 주행 거리가 정도로 추측된다.
만족스러운 드라이빙을 과시하다
닛산은 사실 스포츠카 브랜드다. 역사적으로도 다양한 스포츠카를 선보여왔고, 이를 기반으로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괄목할 성적을 꾸준히 펼쳐왔다. 지금은 판매를 중단했지만 국내에서도 GT-R를 꾸준히 과시해왔고, 370Z는 꾸준히 판매를 이어가며 Z, 페어레이디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올 뉴 리프의 드라이빙 만족감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초대 리프의 경우 '장난감' 같은 느낌,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어떤 감성이나 의도 조차 느낄수 없는 조립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는 지금의 몇몇 전기차에서도 느껴지는 요소다.
하지만 올 뉴 리프는 '진짜 자동차'를 타는 기분이 잘 나타난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을 때 곧바로 전개되는 출력은 전기차의 특성이겠지만 그외의 조향, 제동 감성, 선회 시의 차량의 움직임 등 전반적인 영역에서 잘 만들어진 '주행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자동차의 느낌이 선명했다.
앞서 소개한 아키야마 토모유키 담당과 함께 일정을 위해 이동을 하던 중 말했던 내용인데 '앞으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모든 차량이 그렇게 변하기 전까지는 다루는 즐거움이 있으면 좋겠고, 올 뉴 리프는 다루는 즐거움을 명확히 전달하는 전기차라 매력적이다'라는 소감이 머리 속을 채웠다.
게다가 출력의 향상이 정말 명확히 느껴졌다. 올 뉴 리프에는 에코 모드와 노멀 모드가 있는데 노멀 모드를 활용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에코 모드에서도 충분한 출력 전개와 이를 기반한 가속력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단순히 도심 주행은 물론이고 고속도로는 물론 빠른 템포로 주행을 이어갈 때에도 그 만족감은 상당했다. 되려 에코 모드를 해제한 상황에서는 '굳이 이렇게 빠를 필요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아쉬움은 있었다. 전기차들이 모두 고주파음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올 뉴 리프 역시 출력 전개 시 전기 모터 특유의 고주파음이 귀를 간지럽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게 의식될 일은 아니지만 민감한 운전자라면 아쉬움이 느껴질 대목이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조향 및 조향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의 피드백이라 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 자체는 가벼운 편이지만 그렇다고 노면에 대한 피드백이나 조향 질감 자체가 무성의한 편은 아니다. 되려 노면을 제법 명확히 느끼며 차량을 다루는 즐거움이 잘 느껴졌다.
코너를 파고들고 또 연이은 코너 구간을 지날 때의 차량의 움직임 또한 만족스러웠다. 기본적으로 낮은 무게 중심을 갖고 있고 조향에 따라 차량의 무게가 좌우로 옮겨지며 조향 감각과 함께 어우러진다. 출력 전개의 전기차 고유 감성을 제외한다면 말 그대로 코너 안쪽을 파고들며 느껴지는 감성을 즐기고 느끼며 만족할 수 있었다.
또 제동 시의 차량의 움직임이 제법 성숙하다. 일반적인 전기차들이 브레이크 페달 조작과 동시에 바로 과도한 피드백을 전하는데 올 뉴 리프는 그 정도를 적당히 다듬어 일반적인 자동차와 유사하게 연출해 '전기차가 낯선 이라도 쉽게 다룰 수 있는' 차량이 되었다.
끝으로 e-페달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e-페달 기능은 주행 거리 연장을 위한 적극적인 효율 개선 시스템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원 페달 주행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생 제동의 정도가 상당히 큰 편이라 다소 어색했지만 도심 주행이 많은 이라면 반길 수 있을 기능이라 생각되었다.
맛보기로 즐긴 기능들
한편 이번 시승을 하면서 프로 파일럿과 자동 주차 기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프로 파일럿은 단일 차선을 유지하며 주행 속도를 조절하는 2단계 수준의 자율 주행 기능으로 고속도로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다른 무엇보다 장거리 주행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지금 당장 국내에서 만나긴 어려워 보인다.
한편 자동 주차 기능은 무척 만족스러웠다. 조작 자체가 어렵지 않게 만들어진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터치 하는 방식이며 긴급 상황 시 기능을 해제하는 방법도 상당히 손쉬워 그 만족감이 높았다.
만족감을 주는 EV
반납을 앞두고 닛산 헤드쿼터의 충전기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아키야마 토모유키 담당과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한국에 출시된 전기차 중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인 것 같은가?"라고 질문을 했고 그에게 "개인적으로는 주행 거리를 제외한다면 최고 수준이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다만 이미 국내에 출시된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했을 때 출력, 주행 거리 등과 같은 수치적인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점과 수입차의 구조 상 판매 가격이 높다는 점, 그리고 국내 표준 규격인 콤보1이 아니라는 점 등의 '단점'도 존재하다는 것 또한 덧붙였다.
좋은점: 낮은 무게 중심과 다루는 맛이 살아 있는 올 뉴 리프
아쉬운점: 수입차의 가격 구성, 그리고 경쟁자들의 '뛰어난 주행 거리'
어쨌든 기대가 되는 올 뉴 리프
2박 3일 동안 짧으면 짧고 길면 또 긴 시간 동안 올 뉴 리프를 체험할 수 있었고, 또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그러면서도 또 비슷한 일본의 운전 문화 및 환경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주행 거리 부분에서도 국내 인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체감 상으로는 전기차를 조금만 이해한다면 주행 내내 계기판에서 볼 수 있던 280~300km까지도 쉽게 확보될 수 있어 보였다.
오는 11월 1일, 올 뉴 리프가 어떤 모습으로 데뷔하고 또 국내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그 행보가 궁금해진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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