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모두에게 청춘의 시간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청춘은 고민하는, 꿈이 있는 시기인 것 같다. 꿈을 꾸는 데 나이의 제한을 두는 건 아니니까 누구나 여전히 청춘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은지가 ‘청춘’을 담은 노래로 돌아왔다. 처음으로 전곡 프로듀싱에도 도전했다. 여러모로 아티스트 정은지의 성장이 차곡차곡 눌러 담긴 앨범 ‘혜화’다.
“이번 앨범의 테마는 청춘과 공감이었어요.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혼자가 아니야’였죠. 막연히 위로의 말을 건네기 보다는 저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잖아요. 따뜻한 소리를 통해 그런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2016년 첫 솔로앨범을 시작으로 어느덧 세 장의 앨범을 오롯이 자신의 이름으로 선보인 정은지는 ‘자식 같은 느낌’이라는 말로 솔로 앨범의 의미를 전했다.
“솔로 앨범을 보고 있으면 불안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 반면, 또 뿌듯하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요. 과거에는 마냥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면, 가수의 꿈을 이루고 나니 또 다른 목표를 찾게 되더라고요. 싱어송라이터로 자기만의 색을 찾으시는 선배님들이 많잖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곡들을 많이 담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 정은지가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일까.
“살면서 하고 싶은 음악은 계속 바뀌는 것 같아요.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받았던 것 중 가장 좋았던 감정이 ‘공감’이었는데, 그런 감정을 전하고 싶어서 공감대를 찾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많이 들으며 앨범을 완성하고자 했었죠. 팬 분들 뿐만 아니라 대중분들이랑 교감을 하고싶다는 제 욕심이 더 많이 담겨있는 음악이라고 할까요.”
데뷔 8년차, 이제는 선배만큼 후배도 많아진 정은지지만 솔로 앨범 프로듀싱은 그녀를 또 한 번 성장케 한 계기였다.
“예전보다는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성장보다는 제 자신을 알아가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됐다는 점에서의 성장이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가사를 쓰면서 안 쓴 단어들도 써보고 싶고, 귀한 가사들도 써 보고 싶은데 제 머릿속에 생각만큼 가사가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평소 좋아하던 드라마나 만화를 조금 줄이고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죠(웃음)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면서 더 성장해야 할 것 같아요.”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로, 보컬리스트 정은지로, 이제는 싱어송라이터 정은지로 다양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그녀가 가장 듣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인지, 질문이 이어졌다.
“이 질문 진짜 어렵네요.(웃음) 그런데 요즘에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최근 제 꿈이었거든요. 솔직히 노래가 좋아서 부산에서 무작정 올라왔는데, 어느 순간 노래가 부담이 되면서 힘든 적이 있었어요. 저에게 기대를 많이 해 주시는 것도 좋지만, 그만큼 제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을 때나 부족함을 느껴서 좌절했을 때는 느낌이 달랐던 것 같아요. 막연히 좋아하는 일과 일로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다르니까요. 그런 과정 속에서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뒤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이라 지금은 ‘싱어송라이터’로 불러주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정은지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들려주고 싶은 음악은 결국 ‘위로’다.
“제가 처음 노래를 접했을 때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이 위로였어요. 어린 시절 맞벌이 부모님 때문에 친구보다 동생이랑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러다보니 심심하고 따분하기도 했었고 외롭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음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위로를 받고 그 때의 감정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제가 노래를 할 때도 위로가 되고 메시지가 있는 곡을 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제 노래가 다른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한 걸음, 한 걸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행보를 걸어가고 있는 정은지는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는 말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더했다.
“춤도 슬슬 연습해봐야 하나 싶고, 언젠가 책도 써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콘서트 하면서도 중간 중간 글귀나 시나리오를 쓰곤 하는데 글을 통해서 마음 속에 있는 걸 푸는 기분이에요.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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