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스위스 지휘자 샤를 뒤투아(82)가 3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대체 지휘자로 나서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공연 주최사인 마스트미디어는 당초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지휘를 맡기로 했던 “유리 테미르카노프(80)가 갑작스러운 형제상과 건강상의 이유로 아시아 투어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마스트미디어는 뒤투아가 테미르카노프를 대신해 지휘를 맡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테미르카노프는 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테미르카노프는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기도 하다.
대체 지휘자로 나서는 뒤투아는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25년 동안 이끌며 세계 유명 교향악단의 반열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 일본 NHK 심포니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했고, 2009~2017년 런던 로열 필하모닉의 예술감독 겸 수석 지휘자로 활동했다.
하지만 뒤투아는 지난해 말 여성 성악가 3명 등으로부터 그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가 나와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 1월 런던 로열 필하모닉 예술감독에서 물러났고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등은 연주 일정을 취소했으나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의 수석객원지휘자로 지명돼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테미르카노프의 대체 연주자로 뒤투아를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트미디어는 “지휘자 변경에 따라 예매 취소를 원하는 관객들께는 공연 전날까지 취소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은 이번 내한공연에서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서곡’과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할 예정이다. 헝가리 출신 피아노 대가 안드라스 시프(65)가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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