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냉면 넘어가느냐 발언 사실이라면 짚어야 할 문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의 외부 참관단 방문에 대비한 준비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국가정보원이 31일 밝혔다. 서훈 국정원장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우리 측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넘어가느냐”는 면박을 줬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라면 분명히 짚어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국정원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보고했다고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민기 의원과 자유한국당 간사 이은재 의원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두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측은 “북한이 비핵화 선행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동창리 미사일 시설을 일부 철거한 가운데 외부 참관단 방문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준비 및 정보활동을 하는 것이 포착됐다”며 “북한의 행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영변 5MW 원자로를 비롯한 핵·미사일 시설을 면밀히 주시 중이며, 현재 큰 변화는 없다”고 보고했다.
이어 정보위원들은 ‘외부 참관단 방문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준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질의했다. 이에 서 원장은 “영변 사찰관이 있는데 그곳의 숙소를 비롯해 진입로를 정비하고, 숙소 건물 및 지원 건물을 신축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이 전했다. 김 의원은 영변 사찰관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언급을 꺼렸으나,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북한에서 추방되기 전까지 머물렀던 곳을 가리키는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최근 정진석 한국당 의원을 통해 알려진 리 위원장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발언도 쟁점이 됐다. 서 원장은 ‘해당 발언이 언제 어떻게 나온 것이냐’는 의원 질의에 본인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면서 “사실이라면 무례하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에 의원들이 “사실관계가 확인이 된 일”이라고 강조하자, 서 원장은 “사실이라면 가만히 있을 일이 아니다. 분명히 짚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은재 의원은 서 원장이 언급한 ‘짚어야 할 일’이라는 표현에 대해 “북측으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비무장지대(DMZ)를 찾았을 때 서 원장이 동행한 것을 두고도 공세를 퍼부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유럽 순방 중인데도 불구하고 전방 군대에 임 실장을 따라간 것이 제대로 된 것이냐. 오라고 해서 간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고, 서 원장은 “그건 아니고 논의를 해서 갔다”고 답변했다.
대공수사권 이관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과 관련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3년이 유예된다면 아예 3년 뒤에 개정하거나, 다음 정권에서 발효되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고, 서 원장은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김성태ㆍ김관영 원내대표가 모두 이번에 국정원법 개정은 어렵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북한이 매년 6,000억원 정도를 사치품에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서 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약 6,000억원 정도가 우리가 말하는 사치품으로 쓰인다. 사치품은 자동차, 모피, 술 등이다”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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