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한국의 대북 과속 견제용
한미가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대북 제재 이행 및 남북 협력 사업 등을 협의하는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설치키로 했다. 남북 협력 사업에 대한 제제 면제 여부를 놓고 한미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활한 조율 채널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미국이 한국의 대북 과속 접근을 견제하려는 성격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 정부가 외교와 비핵화 노력, 제재 이행,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에 대한 긴밀한 조율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워킹그룹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미국 국무부가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로버트 팔리디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기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합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워킹그룹은 한미 협의를 체계화하고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다”며 “11월 중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가 주도해서 한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가 함께 이끌고 나갈 것”이라며 “다른 부처 관계자도 필요하면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 협력 문제 등을 놓고 엇박자를 노출하고 있는 한미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협의 채널을 체계화한다는 점에서 상호 이해를 넓히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 기구의 성격에 대한 양국의 기대치가 달라, 한미간 조율 과제는 여전히 남은 상태다. 한국 정부는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예외 적용 등에 대한 협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제재 체제 하에서 끌고 나갈 것인데, 면제에 해당되는지 등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워킹그룹에서 이런 협의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국무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워킹그룹의 목표로 ‘제재 이행과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남북 협력’을 내세워 제재 이행에 방점을 뒀다. 미국이 남북간 협력 사업에 대한 제재 위반 여부를 상시적으로 파악하면서 가이드 라인을 만들려는 측면도 없지 않은 것이다.
한편, 11ㆍ 6 미국 중간선거 직후 열릴 것으로 알려진 북미 고위급 회담이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고위급 회담 개최 일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발표할 것이 없다. 이 시점에서 새롭게 발표할 출장이나 회담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북미간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확정됐다거나 발표할 만한 상태는 아닌 것 같다”며 “방향을 잡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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