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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공짜 아닙니다” 노인 무임승차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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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공짜 아닙니다” 노인 무임승차 골머리

입력
2018.10.31 20:00
수정
2018.10.31 22: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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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직장인 윤모(39)씨는 19일 오전 9시 출근을 하기 위해 7720번 버스를 탔다가 낯선 장면을 목격했다. 서울 은평구 불광초등학교 정류장에 정차해서는 승객들에게 ‘뒷문’ 대신 ‘앞문’으로 하차해 달라고 안내한 것. 승객들이 모두 하차하자 이번에는 기사가 탑승하려던 승객들 중 ‘노인’들만 골라 막아 섰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버스는 몇몇 노인 승객들을 태우지 않고 그냥 출발했다. 윤씨는 “기사와 노인 승객들 간에 무임승차 관련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버스요금을 내지 않고 타는 ‘도둑승차’ 승객들로 버스 회사와 기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노인 승객과 갈등이 빈번한데,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인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무임승차가 되지 않다 보니 ‘지하철은 공짜인데 왜 버스는 돈을 받느냐’는 배짱을 부리는 장면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행태는 ‘막무가내’ 형이다. ‘돈이 없으니 그냥 태워달라’고 무작정 차에 탑승하는 식이다. 붐비는 정류장에서는 기사 눈을 피해 ‘뒷문’을 노리는 이들도 있다. 지폐를 반으로 잘라 내거나, 잔고가 없는 선불카드를 이용하는가 하면 여러 명이 우르르 탄 뒤 그보다 적은 인원만큼 요금을 내는 경우까지 있다.

속이 끓는 건 단연 기사들이다. 31일 은평차고지에서 만난 버스기사들 대부분은 “무임승차 승객들을 내버려두자니 회사 눈치가 보이고, 일일이 단속하자니 운전에 방해가 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경(52)씨는 “매번 딱 ‘200원’씩만 내고 타는 할머니가 있는데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상습적인 경우에는 혹시 모를 회사 문책을 대비해 보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천(59)씨는 “요금을 받는 것도 기사가 해야 할 일이다 보니 종종 실랑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상습적이고 악질적인 승객들에 한해서 주의를 준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버스도 지하철처럼 고령자 무임승차를 허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경우 운송사업자(버스회사)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정부가 지원하는 규정을 법에 담자는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지난달 발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재정 문제에 시달리는 지하철 사정을 감안하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 지하철 적자 중 3,600억원 이상이 무임승차 때문”(최근 국정감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인 게 현실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국장은 “노인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무임승차제도 문제를 현재처럼 이용자와 버스 운송ㆍ노동자의 대립으로만 나타나게 두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적절히 조율해 책임을 나눠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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