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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증시 폭락 5월부터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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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은 증시 폭락 5월부터 알고 있었다?

입력
2018.11.01 04:40
수정
2018.11.01 09: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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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회사원 김모(48)씨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KB국민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투자상품 추천 로봇)인 ‘케이봇쌤’이 보낸 문자엔 국내 채권형 펀드 비율을 80%로 대폭 높이고 주식형 펀드는 국내 주식형 8%, 미국 주식형 6%, 글로벌 주식형 6%로 확 낮추라는 포트폴리오 구성 제안이 들어 있었다. 주식과 채권의 균형 잡힌 투자(국내 채권형 30%, 글로벌 주식형 40%, 해외채권형 30%)를 권했던 4월과는 판이한 조언이었다. 케이봇쌤은 “투자자산의 하락 위험이 커지는 국면이 예상돼 위험관리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추천한다”는 설명을 함께 보내왔다.

김경진기자
김경진기자

김씨는 고개를 갸웃했다. 당시 시장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었다. 코스피는 2,400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었고 미국 주가는 2,3월 급락장을 이겨내고 반등 중이었다. 뜬금없는 제안이었지만 김씨는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케이봇쌤은 이후 두 달 가까이 채권형 펀드 투자 비중을 80% 안팎으로 유지하라고 계속 주문했고 그새 국내 채권 가격이 호조를 보이면서 6월 김씨의 수익률은 2%로 올라갔다. 이후에도 케이봇쌤의 자문에 따라 주식형 펀드 비중을 낮게 유지하면서 몇 차례 포트폴리오 구성을 바꾼 덕에 김씨는 최근 증시 폭락장 속에서도 1%대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김씨는 “고위험ㆍ고수익 투자를 하다 여러 번 크게 손실을 본 상황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기억이 떠 올라 케이봇쌤 자문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며 “증시 폭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크진 않지만 수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증시 폭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안전 자산 투자 비중을 늘려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을 내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3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시된 로보어드바이저 ‘케이봇쌤’이 추천한 상품에 가입한 고객의 평균 수익률은-1.4%(24일 기준)다. 가입자 10명 중 1명(11.7%)은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21.6%)와 코스닥(-27.2%)이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신흥 시장 지수(MSCI EMㆍ -24.8%)와 비교해도 성과가 좋다.

‘케이봇쌤’은개인 투자 성향을 고려해 국내외 주식이나 채권을 대상으로 운용되는 펀드 포트폴리오의 구성 등을 제안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다. 예컨대 개인 투자성향 5가지(안정ㆍ안정추구ㆍ위험중립ㆍ적극투자ㆍ공격투자) 중 공격투자형을 선택하고 투자금액 100만원을 설정하면 케이봇쌤은 그동안 고객이 가입한 주식ㆍ펀드, 예적금 이력 등을 분석해 해외 채권 40%, 국내 주식 6%, 해외선진주식 54%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식이다. 가입 이후에도정기적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다시 제시한다. 고객은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만 하면 된다.

특히 케이봇쌤은 지난 5월 투자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꿀 것을 제안해 증시폭락을 예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케이봇쌤이 안전 자산인 채권의 투자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을 내놓자 은행 내부에서도 “갑자기 AI가 왜 이러지”“정말 믿어도 될까”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 영업점에선“채권에 투자하면 수익을 어떻게 내냐”며 항의가 들어왔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선택이 결국 옳았던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케이봇쌤은 변동성 대비 수익률을 고려해 분산투자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을 추구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엠폴리오’, KEB하나은행 ‘하이로보’, IBK기업은행 ‘아이원 로보’ 등 다른 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 ‘엠폴리오’도 하반기 채권형 펀드 비중을 높이고 주식의 비중을 낮추되 미국 등 선진국 위주로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4.6% 안팎이다.

한편 케이봇쌤은 최근 급락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추가로 팔기 보다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때”라는 조언을 해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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