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3000억원 규모 중앙은행증권
7일 홍콩서 발행... 유동성 흡수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한 외환시장 개입을 공식화했다.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지지 않도록 적극 관리에 나서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31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성쑹청(盛宋成) 인민은행 참사는 전날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 “인민은행이 손을 써야 할 때는 손을 쓴다”면서 “반드시 그래야 하는 때라면 외화보유액을 이용해서라도 안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 계열 경제매체인 경제참고보는 “외환당국에는 시장의 안정을 위한 힘과 결심이 있다”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선을 지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인민은행은 이날 200억위안(약 3조3,000억원) 규모의 중앙은행증권을 내달 7일 홍콩에서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앙은행증권은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일종의 단기채권으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이 예정대로 중앙은행증권을 발행하면 홍콩의 위안화 유동성을 흡수해 결과적으로 홍콩 역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절상(가치 상승 = 환율 하락)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인민은행이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앙은행증권은 3개월물과 1년물이다.
중국은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5월 이후 10년 넘게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위안 이하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5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고, 특히 이달 들어서는 고시환율이 매일 6.9위안대에서 정해지는 등 7위안 선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전날엔 중국 역내시장에서 장중 한때 달러당 6.9741위안까지 올라 1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고시환율도 전날보다 0.10% 오른 6.9646위안으로 2008년 5월 이후 최고치였다.
시장에선 11월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 중국이 미국에 추가적인 공격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환율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무역수지 흑자를 늘렸다고 비난해 왔다. 환율이 상승하면 해당국 수출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지만 동시에 자본 유출 우려도 커진다. 중국 입장에선 최근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환율 문제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물론 인민은행이 시장 개입에도 불구,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중 무역전쟁이 잦아들 기미가 없는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가 결국엔 달러당 7위안대 환율을 용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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