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한 앞두고 이메일 인터뷰

지난달 10일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태묘 앞에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금단의 영역’에서 클래식 음악이 연주된 건 20년 만이다.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의 창립 120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콘서트의 첫 시작을 알리는 공연이었다. 중국의 카라얀이라 불리는 지휘자 위룽이 이끄는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사한 연주자는 다닐 트리포노프(27)였다. 19세였던 2010년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2011년에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부문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피아니스트다. 트리포노프가 이달 15일 한국에서 다시 한번 라흐마니노프를 선보인다.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한다. 내한에 앞서 이메일로 만난 트리포노프는 “동양의 대표적인 공간과 대표적인 도시를 다니며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건 신나는 일”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보를 잇는 트리포노프는 2013년과 2014년 독주회로 한국을 찾았다.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에서는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라흐마니노프는 트리포노프가 푹 빠져 있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그는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듣는 사람의 감정선을 끌어올린다”며 “음악가에게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평소 음악 잘 모르던 사람들도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 4번이 담긴 앨범을 발매했다. 1번과 3번은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트리포노프의 협연 다음날에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조성진이 무대에 선다. 트리포노프와 조성진은 선의의 라이벌 관계이기도 하다. 두 젊은 클래식 스타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트리포노프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해에 손열음과 조성진이 각각 2위, 3위에 올랐다. 트리포노프가 3위에 올랐던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은 5년 뒤 우승했다. 트리포노프는 “조성진은 내가 매우 존경하는 연주자”라며 “차이콥스키 콩쿠르 때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잘 알고 지내는데, 항상 느끼지만 그의 음악은 늘 기대된다”고 했다.
트리포노프는 카네기홀의 비르투오소 시리즈 초청과 베를린 필하모닉홀의 상주 연주자 지정 등으로 내년에도 바쁜 일정이 예정돼 있다. 이 와중에 짬을 내 하는 일은 작곡이다. 그가 작곡한 피아노 5중주는 지난 7월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완성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교향곡도 쓰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연주에) 도전해야 할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이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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