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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10년 코소보, 정규군 창설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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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10년 코소보, 정규군 창설 난관

입력
2018.11.04 20:00
수정
2018.11.04 22: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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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세르비아서 독립 선언 후

국내 치안 담당한 보안군만 설치

국방은 나토 평화유지군이 맡아

# 세르비아계 주민들 보이콧 나서고

세르비아도 “평화 위협” 반발

美ㆍEU와 러시아 미묘한 견해차

코소보 보안군(KSF).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소보 보안군(KSF).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 dpa 연합뉴스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 dpa 연합뉴스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인구 180만명의 소국 코소보가 독립 선포 10년 만에 정규군 창설을 시도하면서 완전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코소보는 참혹한 내전 끝에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중무장한 군대 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국방을 맡겨왔다.

코소보 의회는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전체 의원 120명 중 98명의 찬성으로 정규군 창설 법안을 1차 통과시켰으며 2차 및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내 치안만을 담당했던 코소보 보안군(KSF)은 5,000명의 중무장 정규군과 3,000명의 예비군으로 재편된다.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한 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114개국으로부터 독립국의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토에서 파견된 코소보평화유지군(KFOR) 4,500명이 국방을 책임지고 있다. 나토에 의해 훈련된 2,500명의 코소보 보안군은 경찰처럼 치안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코소보 헌법에는 정규군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정규군을 창설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소보 정부는 헌법 개정이 아닌 법률안 입법을 택했다.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소수민족 대표 의원 20명 중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는데 20명의 소수민족대표 의원 중 11명이 세르비아계 의원이라 헌법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라무시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는 정규군 창설 법률안에 대해 “오직 코소보의 영토 안전과 국민을 지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코소보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정규군 창설까지의 갈 길은 멀다. 인접국 세르비아와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번 표결에 대해“세르비아와의 협의정신 그리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알렉산다르 불린 세르비아 국방부 장관 역시 “이는 평화에 대한 위협이자 세르비아와 세르비아 국민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의회 표결에서 코소보 내 세르비아계 정당인 ‘세르비아계 정치인 명부’ 소속의원 11명은 이를 보이콧했다. 코소보 인구의 8% 정도를 차지하는 세르비아계 주민들도 “코소보는 세르비아”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코소보---세르비아-분쟁일지/ 강준구 기자/2018-11-04(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코소보---세르비아-분쟁일지/ 강준구 기자/2018-11-04(한국일보)

주요 강대국들의 입장도 복잡하다. 지난해 미국과 나토는 발칸반도의 평화가 깨질 것을 우려해 코소보의 이런 홀로서기 행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엔 미묘하게 입장이 바뀌었다. 주 코소보 미국 대사관은 정규군 창설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코소보 내 모든 국민뿐 아니라 나토와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토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을 통해 “코소보 정규군 창설은 코소보 당국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추후 나토군의 지원 정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발칸반도 내 미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세르비아를 지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세르비아의 주권과 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비아와 코소보의 역사는 피로 얼룩져 있다. 구 유고연방이 해체되면서 세르비아가 분리됐으나, 1996년부터 무슬림 알바니아계가 대다수인 코소보는 세르비아 정교회를 믿는 세르비아로부터 독립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 1만여명을 대량 학살했다. 1999년 나토군이 세르비아를 폭격하면서 코소보 전쟁이 종식됐고 2008년 코소보는 독립을 선포했으나 이후에도 세르비아와의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뿌리 깊은 코소보 내 종교ㆍ종족 갈등과 발칸반도의 전략적 요충지인 코소보에 대한 주변 강국의 신경전으로 코소보의 홀로서기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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