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 옮기고 싶은 것뿐인데 정부가 왜 이리 규제를 하는지 모르겠다. 집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사실상 마지막 추첨 기회를 준다고 해 월차를 내고 왔다.”
31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래미안 갤러리에서 만난 석모(52)씨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서초구 방배동 빌라에서 16년 째 거주 중이라는 석씨는 하반기 분양 최대어로 꼽히는 ‘서초 래미안 리더스원’(서초우성1차)의 견본주택 공개 첫 날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았다. 석씨처럼 이날 오후3시까지 견본주택을 찾은 2,000여명은 대부분 50대 이상 서울 거주 중장년 자산가들이었다. 분양가가 모두 9억원을 넘으면서 이 단지엔 신혼 부부 등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은 없다. 실제로 이날 래미안 갤러리 주차장엔 고급 외제 승용차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분양 상담 코너에서도 “왜 건설사 보증 중도금 대출을 안 해 주냐”는 원성을 들을 수 없었다.
사실 리더스원의 분양가는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과 다름 없다. 일반분양 232가구 중 가장 작은 전용면적인 59㎡(4가구) 분양가가 12억8,000만원, 가장 많은 물량이 몰린 84㎡(162가구) 분양가는 17억3,000만원이다. 중도금 대출이 없는 상태에서 계약금(20%)과 중도금(60%)을 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최소 10억원 이상 자산이 있어야 분양에 도전할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도 “중장년 방문객 대부분은 현금 10억원 정도는 필요하다는 점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며 “39억원에 달하는 238㎡을 제외하면 대부분 84㎡에 도전할 것으로 보여 해당 평형 경쟁률이 상당히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11월4일까지 견본주택을 공개할 예정인데, 총 2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재력가들에게 래미안 리더스원의 인기가 높은 것은 유주택자들이 서울에서 청약을 통해 새 집으로 갈아탈 수 있는 막차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9ㆍ13 부동산 대책에 따라 11월말부터 분양되는 아파트 단지에는 개정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적용된다. 개정 규칙은 추첨제 물량의 75%를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고, 남은 25%도 탈락한 무주택자에게 우선권을 준다. 사실상 유주택자들의 새 아파트 당첨 확률은 사라진다. 그러나 리더스원엔 85㎡ 초과 중대형 물량의 50%를 추첨제로 진행하는 현행 규칙이 적용된다.
상당한 시세차익이 기대된다. 리더스원의 3.3㎡당 분양가는 평균 4,489만원이다. 인근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전용 84㎡가 21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3억~5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정 당첨자의 경우엔 1년 간 청약 기회가 박탈되는 만큼 청약 시 주의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견본주택관 곳곳에 ‘당첨자 전수조사 예정’ 등 유의사항을 명시했다. 국세청과 정부는 리더스원 분양 당첨자 전원으로부터 자금조달 계획서를 받아 정밀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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