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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익 졸업을 위하여... "역사가가 진실 계속 써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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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익 졸업을 위하여... "역사가가 진실 계속 써 나가야"

입력
2018.10.31 16:59
수정
2018.10.31 19: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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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무로 교토대 교수 진단

최근 역사학자들 노력으로

우익 떠나는 사람들 생겨

일본에서 벌이진 혐한 시위 장면. 야마무로 교수는 '혐한'을 넘어 '증한'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에서 벌이진 혐한 시위 장면. 야마무로 교수는 '혐한'을 넘어 '증한'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네토우요(넷우익ㆍ인터넷 극우파) 라이터’는 전문역사 연구자가 아닌, 문예평론가나 저널리스트 등의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독자층은 당파성이 명확하고 리버럴을 옹호하는 기사가 아닌, 자신의 역사관과 같은 기분이 좋아지는 담론만을 원한다.”

‘혐한(嫌韓)’ 언론과 서적의 인기에 대한 야마무로 신이치 일본 교토대 교수의 진단이다. 야마무로 교수는 2~3일 서울 서교동 창비50주년홀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사연구포럼 국제학술대회 ‘역사인식에서 역사화해로–역사가의 역할을 다시 묻다’에서 일본의 최근 상황에 대해 발표한다.

야마무로 교수가 보기에 일본 상황은 심각하다. “시중의 서점뿐만 아니라 대학의 서적판매부에도 반한(反韓)ㆍ반중(反中)에서 혐한(嫌韓)ㆍ혐중(嫌中)으로, 더 나아가 증한(憎韓)ㆍ증중(憎中)으로 점점 과격해진 책이 베스트셀러로 잔뜩 쌓여 있다.” ‘반대’와 ‘혐오’를 넘어 ‘증오’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얘기다. 역사교과서 분쟁도 한국과 판박이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교과서를 만들었던 ‘일본서적’은 ‘좌익’ ‘자학사관’이란 우익의 공격으로 도산했다. 이 때문에 교과서에서 위안부 서술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 이들이 출판사 ‘마나비야’에서 새 교과서를 만들어내자 “이게 어느 나라 교과서냐” “일본에서 나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교과서 내용은 중요치 않다. 비난하는 이들은 “교과서를 읽어본 적 없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위안부나 난징대학살처럼 일본에 불리한 이슈에 대해서는 논쟁을 일으킨 뒤 “학계도 논쟁 중이니 교과서에 빼자”는 논리를 들이민다.

여기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일단은 ‘넷우익 라이터’의 인기다. 그들은 그저 단순한 이분법만 내놓을 뿐이지만 “‘일본인’이라는 취약한 정체성 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에게는 정신안정제로 기능”한다. 인쇄매체들은 넷우익 라이터의 혐오와 증오를, 판매부수 확대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용으로 끌어다 쓴다. 인쇄매체의 전반적 불황 속에서도 “소위 우익 오피니언지에 분류되는 것들만이 틈새산업으로서 판매부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여기에다 의원직을 세습하는 일본 정치인들은 과거 정당화를 선호한다.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 아베 신조 총리가 대표적 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화해치유재단’을 만든 건 일본에게도 나쁘다. 사태 해결 의지가 아니라 정치적 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야마무로 신이치 교수
야마무로 신이치 교수

이런 상황에서 역사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야마무로 교수는 “세밀하게 사실을 밝히고 기록해나가는 꾸준한 작업 이외에는 없다”고 답한다. 맥 빠지는 답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 이유로 ‘소쓰우요(卒우익ㆍ우익 졸업)’의 존재를 꼽았다. 넷우익 가운데 제대로 된 글이나 책을 읽고 우익에서 졸업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사가는 그 글이나 책을 공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야마무로 교수도 “확실히 그 수는 한정적”이라면서도 “그런 연구가 제공되지 않았다면 ‘소쓰우요’ 또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강조했다. 소수라 해도 ‘소쓰우요’의 등장은 역사가의 자부심이자 존재의의이기 때문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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