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ㆍ3 사건 피해자 유족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당시 한반도 남쪽의 실질적 통치기구였던 미군정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10만인 서명’을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제주4ㆍ3제70주년범국민위원회, 제주4ㆍ3희생자유족회 등은 3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미국은 제주4ㆍ3학살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사과하라”며 “미군정과 미군사고문단의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미군정이 일부 우익세력과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강행해 제주도민 등의 저항을 야기했고, 대규모 희생을 낳을 수밖에 없는 강경진압 정책을 펼쳤다고 꼬집었다.
범국민위는 “미군정 시기와 미국 군사고문단이 한국군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던 시기에 3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억울하게 희생됐다”며 “70년이란 긴 세월이 흐르도록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1948년 4ㆍ3 사건 직후 미군정이 제주지구 미군사령관으로 파견한 브라운 대령이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라는 발언을 했다며, 4ㆍ3 사건이 대량학살로 비화하는 데 미군정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범국민위는 지난해 10월 17일부터 올 3월 31일까지 1차 서명을, 지난 4월 1일부터 이달 25일까지 2차 서명운동을 실시해 10만9,996명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범국민위는 이 중 온라인 참여자는 5,000명에 불과하고, 제주4ㆍ3평화공원을 방문한 시민 등 현장 서명 참여자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범국민위는 기자회견 직후 10만인 서명지가 담긴 상자를 주한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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