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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극단적 선택으로 밝힌 폭력배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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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극단적 선택으로 밝힌 폭력배 성폭행

입력
2018.10.31 16:43
수정
2018.10.31 19: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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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논산의 폭력조직 조직원인 박모(38)씨는 지난해 4월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A씨가 해외출장을 가자 그의 아내 B씨를 불러내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하고 강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열린 1심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로 보고, 박씨가 폭력조직 후배들을 폭행한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텔 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 찍힌 B씨 모습이 성관계 후 나오는 강간 피해자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자연스럽다”며 “박씨와 담배를 피우고 가정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는 것도 강간 피해자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 부부는 1심이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자 지난 3월 한 야영장에서 “죽어서라도 끝까지 복수하겠다”며 박씨를 향한 분노와 억울함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함께 목숨을 끊었다.

부부는 극단적 선택으로 박씨의 법적 처벌을 호소했지만 두 달 뒤 열린 항소심 역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선 같은 결론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B씨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측면은 있지만, 모텔에 가기 직전 남편에게 ‘졸려서 먼저 자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등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어 간음에 이른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전혀 달랐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지난 25일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판결을 다시 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하급심 재판부가 B씨 진술을 믿지 못하겠다며 제시한 근거들을 하나씩 반박했다. 우선 남편에게 보낸 메시지에 대해 “모텔에 가기로 예정된 상태에서 보낸 메시지로 단정할 수도 없고, B씨 입장에서 박씨를 만난다는 사실을 남편에게 일부러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봤다. CCTV 영상에 잡힌 B씨 모습에 대해서는 “B씨가 박씨와 신체 접촉 없이 각자 떨어져 앞뒤로 걸어간 것뿐”이라고 해석했다. 오히려 “두 사람이 연인과 같은 다정한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연인 관계로 발전해 합의 하에 관계를 맺은 것’이라는 박씨 진술을 믿기 어려운 증거로 봤다.

1ㆍ2심 재판부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했다는 이례적인 지적도 내놨다.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와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법원이 성폭행 사건을 심리할 때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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