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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뮬러 특검 노린 ‘허위 미투’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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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뮬러 특검 노린 ‘허위 미투’ 수사

입력
2018.10.31 16:02
수정
2018.10.31 20:23
0 0

성폭력 의혹ㆍ거짓 루머 공작 모두

극우파 블로거 자작극일 가능성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 워싱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 및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공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거짓 루머 공작 때문에 미 연방수사국(FBI)이 정식 수사에 돌입했다. 미국 언론의 추적 취재 결과, 성폭행 의혹뿐 아니라 거짓 루머 공작이 있었다는 것조차 한 극우 블로거의 자작극이라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뮬러 특검의 피터 카 대변인은 지난 30일(현지시간) “뮬러 특검으로부터 성폭력 행위를 당했다는 증언을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는 주장을 접수했고, FBI에 즉시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뮬러 특검의 성폭행 의혹 주장에 연루된 인물은 20대 온라인 유명 트럼프 지지자 제이콥 월과 공화당 측 유명 음모이론가인 잭 버크먼이다.

버크먼은 뮬러 특검의 성폭력 피해자를 찾아내 11월 1일 기자회견을 한다며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라는 민간 조사기업의 지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라는 기업은 실체가 없으며, 대표 연락처는 제이콥 월의 모친 보이스메일로 확인됐다.

제이콥 월은 자신과 이 기업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의 웹페이지 도메인을 조사한 결과, 제이콥 월의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즈니스용 소셜미디어(SNS) 링크드인에 나타난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의 피고용자 프로필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사진을 멋대로 사용한 가짜였다.

이에 앞서, 10월 17일 ‘로레인 파슨스’라고 자칭하는 한 여성이 유명 언론사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뮬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을 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뉴요커 등의 확인 취재결과, 해당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 ‘공작설’ 자체를 가짜로 여긴 기자들이 오히려 공작설을 만든 배후가 누군지 파고 들어가기 시작하자, “너희는 네 능력을 벗어나는 일에 휘말렸다. 그만둬라” 같은 협박성 보이스 메일이 돌아왔다. 이 메일의 출처 역시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였다.

비슷한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포착됐다. 잡지 애틀랜틱에 따르면 제니퍼 토브 버몬트법대 교수는 ‘슈어파이어 인텔리전스’ 계정으로부터 “과거 뮬러와 만난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하지만 토브 교수는 과거에 뮬러와 마주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역시 실질적인 공작 시도라기보다는 ‘공작설’을 퍼트리기 위한 목적으로 여겨진다.

정황을 종합하면, 가짜 성폭력 의혹과 가짜 공작설의 출처는 제이콥 월 혼자일 가능성이 높다. 즉 제이콥 월이 잭 버크먼을 통해 가짜 성폭행 의혹을 터트리고 뒤로는 그 의혹이 공작이라는 정황을 의도적으로 기자들에게 뿌렸는데, 그런 공작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꾸며낸 얘기라는 것이다. 사건을 다룬 온라인매체 복스와 버즈피드 등은 이처럼 복잡한 구조로 언론 조작을 시도한 진정한 의도는 불분명하지만, ‘공작설’을 언론에 내보낸 후 이를 빌미 삼아 언론을 가짜 뉴스로 몰아가기 위한 ‘3중 공작’이 아니겠느냐는 결론을 내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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