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아직도 은행열매(은행)가 수북해요.”
직장인 지민하(28)씨는 주말이던 지난 27일 서울 경복궁 인근을 걷다 길에 흩뿌려져 있는 은행을 밟았다. 이미 수십 개가 누군가의 발에 짓이겨져 있어서 피할 도리가 없었다. 지씨는 “어딜 가도 은행 천지라지만 신발에 달라붙는 고약한 냄새에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맘때 지방자치단체는 곳곳에 떨어지는 은행 탓에 비상이 걸린다. 약 3만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는 서울시가 억대의 세금을 투입해 은행 수거에 나선 가운데, 은행이 땅에 닿는 걸 원천 봉쇄하는 방법까지 등장했다.
서울시는 올해 25개 자치구에 은행처리보조금으로 총 2억5,000만원을 지급했다. 24시간 기동반 481명이 은행 수거를 전담한다. 11월부터는 은행 민원이 다발적으로 들어오는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인근에 심어진 은행나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정작 시민들이 시내 나들이에 나서는 주말에는 기동반이 운영되지 않아서다. 28일 일요일 독립문 인근 도로에서 은행을 밟았다는 최모(27)씨는 “주말에는 열매 수거에 손을 놓은 것 같다”고 불평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중 민원이 들어오면 당일 처리가 원칙이나, 주말의 경우 그 다음주 월요일까지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평구는 10월 구청과 지하철3ㆍ6호선 연신내역 인근 은행나무에 대형 그물망을 설치했다. 나무 기둥에 그물망을 달아 열매가 그물망 안으로만 떨어지게 한 것이다. 효과가 좋자 ‘우리 동네에도 그물망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등장하고, 일부 자치구는 이를 본받고 있다. 은평구 관계자는 “그물망 등장 이후 은행 관련 민원이 감소한 만큼 내년에는 설치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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