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직장인은 10명 중 7명. 그러나 현행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정의조차 제대로 없는 상태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9대 국회에서 직장 내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이 네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올해 초 한 대형병원에서 병원 내 괴롭힘을 못 이겨 신입 간호사가 세상을 등지며 직장 내 괴롭힘이 사회적 논란으로 불거지자 관련 법이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성과는 아직이다.
지난 9월에야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병합 심리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됐다.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업무의 적정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괴롭힘이 있었을 때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의 일부 의원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고 주관적”이라는 이유로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법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하고, 처벌 규정도 뒀다. 프랑스는 2002년 노동법으로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반복된 언행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힌 이에게 징역 2년 및 3만유로(약 4,000만원)의 벌금에 처한다. 캐나다는 1999년 오타와의 한 운송회사 직원이 괴롭힘을 참지 못해 동료들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후 각 주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한 입법이 이뤄지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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