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패소한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측이 지난 2012년 주주총회에서 사법부 판결을 수용할 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제철 전(前)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지원모임)에 따르면 신일철주금이 2012년 6월 26일에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당시 사쿠마 소이치로(佐久間総一郎) 상무는 “판결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의 발언은 한 주주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소송에서) 진다면 지불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사쿠마 상무는 “우리로서는 재판을 통해 정당성을 주장해 가겠다”면서 “만에 하나의 이야기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법률은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저희로서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패소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주총회는 한국 대법원이 원고가 패소한 1심, 2심의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한 했던 시점인 2012년 5월 24일보다 한 달 정도 지난 뒤 개최됐다. 주주들은 한국의 판결에 대한 회사 측의 대응을 물었고, 신일철주금 측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 문제가 최종 해결됐다”, “강제징용 당시 신일본제철과 현재 신일철주금은 별도 회사인 만큼 배상 책임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도 사법부의 판단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 만큼 배상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사쿠마 상무의 발언은 징용재판 지원모임의 소식지인 ‘무지개 통신’에 기록돼 있다. 이와 관련,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지원모임 사무국 차장은 전날 도쿄 사법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면서 “신일철주금이 장기적인 한일관계를 위해 판결에 성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일철주금에선 대법원의 파기 환송 당시 배상을 통한 소송을 빨리 매듭짓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 최종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경한 입장과 국내 여론의 압력을 감안하면 배상 명령에 응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일철주금은 전날 대법원의 판결 이후 입장자료를 통해 “판결이 한일 청구권협정과 당사가 승소한 일본 법원의 확정판결에 반한다”면서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일본 정부의 대응 상황 등에 입각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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