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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내려앉는데 기업 실적은 반도체 덕에 날개… 지난해 영업이익률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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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내려앉는데 기업 실적은 반도체 덕에 날개… 지난해 영업이익률 사상 최고

입력
2018.10.3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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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업경영지표 변화 추이(전산업 기준) 그래프=한국은행
주요 기업경영지표 변화 추이(전산업 기준) 그래프=한국은행

지난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세 측면 모두에서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통계의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200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실적 개선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일부 수출 중심 업종의 호황에 기댄 바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3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7년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했다.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국내 비금융 기업 69만8,600여곳 가운데 분석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일부를 제외한 65만5,500여곳(93.8%)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다. 사실상의 국내 기업 전수조사로, 앞서 한은이 외부감사 대상 기업(자산 120억원 이상ㆍ이하 외감기업) 2만3,000여곳을 분석해 5월 발표한 속보치(본보 5월29일자)와는 차이가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은 성장성(3개), 수익성(2개), 안정성(2개) 등 7개 주요 지표 모두에서 전년보다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성장성 측면에선 매출액증가율(전년 대비)이 2016년 2.6%에서 지난해 9.2%로 크게 향상됐고, 총자산증가율(6.3→7.6%)과 유형자산증가율(4.4→6.7%)도 모두 상승했다.

수익성 면에선 매출액영업이익률이 같은 기간 5.4%에서 6.1%로 상승했다. 한은이 전수조사를 통한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생산하기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표는 기업 매출액 가운데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를 뺀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로, 지난해 우리 기업들이 100원어치를 팔아 6.1원을 남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영업이익에 영업외수익까지 합한 뒤 매출액으로 나눈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4.9%에서 6.1%로 올랐다.

기업 재무건전성을 따지는 안정성 지표도 좋아졌다. 기업의 자기자본에 견줘 빚이 얼마나 많은지를 측정하는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은 121.2%에서 114.1%로 낮아졌고, 차입금과 회사채를 합한 금액을 총자본으로 나눈 차입금의존도 역시 29.8%에서 28.8%로 1%포인트 개선됐다.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엔 제조업의 기여가 컸다. 재작년 -0.6%를 기록한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반도체를 포함한 기계ㆍ전기전자(-0.3→17.4%)와 석유화학(-2.0→14.0%) 업종의 호실적에 힘입어 9.0%로 개선됐다. 또 기계ㆍ전기전자 업종의 영업이익률이 두 배가량(5.8→11.7%) 급등하며 전체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6.0%에서 7.6%로 높아졌다. 권처윤 기업통계팀장은 “전기전자 업종은 반도체 단가 상승 및 수출액 급증, 석유화학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출단가 상승 등에 힘입어 실적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비제조업 부문에선 도소매업(5.1→10.3%)과 건설(7.5→10.3%) 업종의 매출액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전자는 편의점 및 온라인판매 성장, 후자는 주택경기 호황 영향이 컸다.

국내 기업의 실적 호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분기별로 외감기업을 표본 분석해 기업경영실적을 발표하는데, 지난달 공개된 2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7.7%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매출액증가율(전년동기 대비)도 1분기(3.4%)보다 나아진 4.8%를 기록했다. 권 팀장은 “올해 기업 경영 지표를 지난해에 비교하면 개선 정도가 다소 축소되긴 했지만 전반적 흐름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 경영 상황은 올해 들어 고용, 투자 등 내수 지표를 중심으로 뚜렷한 하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기 상황과 엇갈린다. 고용 없는 성장론이나 성장 과실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근로자보다 기업 몫이 커지는 현실 등이 말해주듯, 기업의 성장이 전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지난해 이후 국내 기업의 실적 호조는 반도체를 위시한 일부 수출 대기업의 실적 급상승에서 비롯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이후 반도체 시장 호황 국면이 종료되면 기업 전반의 실적도 급격히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한은에 따르면 반도체 제조기업 비중이 큰 기계ㆍ전기전자 업종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전체 기업 영업이익률은 1%포인트(6.1→5.1%),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1%포인트(7.6→5.5%) 줄어드는 걸로 집계됐다. 재작년 기계ㆍ전기전자 업종 제외 실적과 비교하면 전체 기업 영업이익률은 0.3%포인트,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0.6%포인트 낮아 오히려 기업 실적 개선 흐름이 둔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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