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되는 드론의 악의적 이용을 막아라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관에서 국산 안티드론건으로 항재밍 신호를 발사해 소형 드론(왼쪽 빨간색 원)을 착륙시키는 시연을 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찰공제회관 5층에서 회전익(로터)이 여러 개 달린 소형 무인멀티콥터(드론) 한 대가 날아올랐다. 한쪽에 서 있던 남자는 SF 영화에 나올법한 거대한 총으로 드론을 겨눴다. 국내 기업 ade가 개발한 안티드론(Anti-Drone) 장비 ‘마에스트로(Maestro)’다. 마에스트로의 방아쇠를 당기자 공중을 날던 드론은 힘없이 수직으로 하강해 바닥에 착륙했다.

드론 강제 착륙은 (사)한국드론비즈포럼이 ‘4차 산업혁명시대 드론&안티드론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준비한 시연이다. 안티드론은 사생활 침해나 마약 운반, 테러 등 드론의 역기능을 차단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그물탄으로 드론을 포획하는 물리적인 방법은 물론 추락 대비용 드론 전용 에어백이나 낙하산 등도 넓게는 안티드론의 범위에 속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항재밍(Anti-Jamming)을 이용한 ‘악의적 드론’ 무력화다.

드론 산업이 성장한 해외에서는 안티드론 기술 개발이나 활용에서 앞서가고 있다. 드론이 일상생활과 산업 속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국내에서도 안티드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날 세미나에서 이상원 용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안티드론 실증 연구 사례를 발표했다. 마에스트로를 사용해 악의적 드론 방패로서의 안티드론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약 10개월간 경기 화성시의 드론 시범공역에서 진행한 실증 연구 대상은 해외 D사와 P사, 국내 레이싱 드론(고속비행 드론) 등이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상용 드론의 ISM밴드 2.4기가헤르츠(㎓)와 5.8㎓ 주파수 대역을 기준으로 했다. 드론 비행환경은 풍속이 2~12m/s, 기온은 영하 5도~영상 33도, 시정거리는 200m 이상인 맑은 날이다.

1㎞ 거리에서 항재밍을 실험한 결과 기종에 따라 적게는 93%에서 최대 98%까지 효과가 나타났다. 악의적 드론은 조종이 불가능해져 추락하거나 영상 신호가 차단됐다. 드론 조종자에게 되돌아가거나 기준점을 잡지 못해 선회 비행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원뿔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전파의 속도와 목표물 저격 정확도를 감안하면 발사각도는 30도가 최적”이라며 “위성측위시스템(GNSS) 수신기 성능을 효율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군용 드론 등을 제작하는 국내 기업 ade가 개발한 안티드론건 마에스트로.

GNSS에는 미국의 GPS, 러시아의 GLONASS, 유럽연합의 GALILEO, 중국의 BEDU가 모두 포함된다. 최근 드론들은 위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GNSS 수신기를 복수로 탑재하지만 안티드론에 안테나를 여러 개 설치해 GNSS 신호를 분류하면 각각의 주파수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2.4㎓ 주파수 대역은 출력이 200밀리와트(㎽) 이하여야 별도 허가 없이 사용이 가능한데, 그 정도 출력으로는 1㎞ 떨어진 곳의 드론 항재밍이 어렵다. 현행 법으로는 민간에서 드론 항재밍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드론은 개인정보보호법에 포함되는 고정형 영상정보기(CCTV)에 해당하지 않고, 위치정보보호법상 전기통신설비도 아니다. 최근 국회에서 드론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안티드론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김양현 신라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지난 8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공격 수단이 폭약을 장착한 드론이었다”며 “드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이를 악용한 범죄 역시 진화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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