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홍콩 무협소설의 거장 진융(김용·金庸)이 9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30일 홍콩 명보(明報)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진융은 이날 오후 홍콩 양화병원에서 지병으로 사망했다. 본명은 루이스 차렁용(査良鏞)으로, 진융은 무협소설을 쓰면서 사용한 필명이다. 국내에선 한국식 발음인 김용으로 널리 알려졌다.
1924년 중국 저장성 명문가에서 태어난 진융은 1955년 홍콩 ‘신만보’에 ‘서검은구록’을 연재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972년 절필을 선언하기까지 남긴 작품은 '영웅문(사조영웅전·신조협려·의천도룡기)', '녹정기', '소오강호' 등 15권. 아시아는 물론 서방 국가 에도 번역 출간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선 그의 작품 15편이 모두 번역 출판됐다. 전 세계 독자층도 3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대륙에서 1억권 이상, 대만에서 1,000만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판매량을 집계할 수 없을 정도다.
그의 무협소설들은 수십 차례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대표작인 ‘소오강호’는 홍콩 영화 ‘동방불패’의 원작이다. 최근에는 진융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는 컴퓨터 게임이 제작돼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그는 중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작가였다. 중국출판과학연구소가 발표한 '전국 국민 열독 조사'에서 진융은 바진(巴金), 루쉰(魯迅), 충야오(瓊瑤)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할 정도였고, 김학(金學)이라는 그의 소설을 연구하는 학문이 생길 정도로 존경 받고 있다. 그가 쓴 ‘사조영웅전’은 베이징 초등학생들의 필독 도서 명단에 포함됐으며, '천룡팔부'는 중국 인민교육출판사가 2004년 11월에 펴낸 전국고등학교 2학년 필수과목인 어문독본 제2과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월 홍콩 작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작가협회에 가입했다.
그는 언론계에도 오랫동안 몸 담았다. 대학 졸업 후 상하이(上海) 대공보에서 국제부 편집을 담당했고 1959년 중문 일간지 명보를 설립해 1993년 은퇴할 때까지 주필로 일했다. 1968년 명보 주간지도 만들었다.
중국 매체와 네티즌은 일제히 애도의 반응을 쏟아냈다. 인민일보(人民日報) 해외판은 '세상에 김대협(협객)이 더 이상 없다'는 제목으로 아쉬움을 토로했고, 신화망(新華網)과 인민망(人民網), 환구망(環球網)도 '진융 안녕!'이라는 제목으로 신속하게 별세 기사를 보도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SNS에는 '정말 한 시대의 막이 내렸다', '세상에 더 이상 무협은 없다’ 등등 진융의 타계를 슬퍼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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