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덩샤오핑 아들 “중국은 제 주제 알아야”… 시진핑에 쓴소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덩샤오핑 아들 “중국은 제 주제 알아야”… 시진핑에 쓴소리

입력
2018.10.30 18:24
수정
2018.10.30 21:26
0 0
덩푸팡 중국장애인연합회 명예회장. 중국 공산당 홈페이지 캡처
덩푸팡 중국장애인연합회 명예회장. 중국 공산당 홈페이지 캡처

중국 개혁ㆍ개방의 총설계사인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외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장웨이잉(張維迎) 베이징(北京)대 교수는 ‘중국 모델론’에 일침을 가했다. 시 주석의 국정운영 기조를 겨냥한 중국 지식인층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중국장애인연합회 명예회장인 덩푸팡이 지난달 열린 연합회 전국대회에서 “우리는 실사구시적인 태도와 깨인 머리로 우리의 주제를 알고 함부로 잘난 체 말아야 하며 함부로 자기를 비하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이 때 우리는 평화와 발전의 방향을 고수해야 하며 협력적이고 공영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덩푸팡은 이어 부친의 개혁개방 노선과 관련, “덩샤오핑은 중국의 사회주의 발전에 많은 세대가 걸릴 것이며 길고 힘들고 복잡한 길이 될 것으로 봤다”면서 “우리는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악물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뒤늦게 알려진 덩푸팡의 이 같은 발언은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며 권력 집중을 꾀하는 시 주석의 정책 방향에 맞서 대외 개방과 정치 자유화, 시장경제, 사회적 관용 등을 강조했던 덩샤오핑 노선을 주창한 것으로 해석된다. 덩샤오핑은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마오쩌둥(毛澤東) 독재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했고, 개혁ㆍ개방을 추진하면서 도광양회(韜光養晦ㆍ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림) 전략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3월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고,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워 미국과의 갈등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정책은 강대국 부상에 환호하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미국의 전방위 반발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덩푸팡의 연설은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을 감안할 때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1988년 창설해 오랜 기간 주석을 맡았던 중국장애인협회는 회원 수가 8,300만명에 달하고, 5년만에 열린 지난달 전국대회에 시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상무위원 7인 전원이 참석할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하다.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 웨이보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 웨이보

장 교수가 지난 14일 경영전문대학원(EMBA) 수업에서 중국 모델론을 비판한 것도 사실상 시 주석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정면비판이었다. 그는 “강력한 일당 통치, 막강한 국유기업, 정부의 현명한 산업정책 등을 통해 중국의 급속한 발전이 이뤄졌다는 중국 모델론은 사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중국의 미래 발전에도 해롭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특히 “서구의 시각으로 볼 때 중국 모델론은 자유무역이나 세계 평화와 양립할 수 없는 국가자본주의와 같은 것이어서 중국과 서구의 충돌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면서 “중국이 현재 직면한 적대적인 국제환경은 지난 40년간 중국의 성취를 잘못 해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40년간 중국의 고성장은 중국 모델 덕분이 아니라 시장 중심주의와 기업가 정신, 서구의 기술 축적 등 ‘보편 모델’에 기반한 것”이라며 “중국 모델론을 맹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국영부문의 비대화, 국가권력의 팽창, 정부 산업정책에 대한 지나친 의존, 시장개혁 후퇴, 경제성장의 정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