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 수요 급증에도 인력 부족
최근 5년간 아시아 항공사고 81건 중
인도네시아가 23건 차지해 최다
# 사고 항공사 라이온에어는
안전기준 미충족 탓 EU 취항 불가
아시안게임 앞두고서야 규제 풀려
인도네시아 최대 항공사 라이온에어 여객기 추락 사고로 ‘인도네시아=항공안전 후진국’이라는 등식이 국제사회에 재확인됐다. 단순히 그 나라 항공산업을 넘어 해외투자 및 관광객 유치에도 빨간 불이 켜지게 됐다.
30일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항공시장 분석 전문기관 CAPA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구조적으로 주요국 가운데 항공안전이 가장 취약한 나라다.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아시아 지역 항공사고 81건 중 23건이 인도네시아 국적기에서 일어났다. 매년 5건의 사고가 인도네시아 국적기에서 발생했다는 얘긴데, 2014년 162명이 숨진 에어아시아 항공기가 추락사고, 2015년 트리가나항공 여객기의 파푸아 공항 착륙사고(54명 사망) 등이 대표적이다.
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항공산업의 비극은 오히려 필연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항공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승무원 숙련도 및 정비기술은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한 때문이다. 부실한 인프라 속에서 수요가 폭증하다 보니 항공안전 사고가 빈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국제선 탑승객은 3,420만명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 국내선 승객 수도 지난해 9,696만명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수요 급증에 힘입어 항공사들은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WSJ는 “인도네시아 항공시장 절반을 라이온에어가 점하고 있다”며 “현재 보유한 300대 외에도 600여대의 항공기를 추가로 주문해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여객선이 주된 교통수단이었지만 최근 소득향상과 저가항공 등장이 맞물리면서 여객기가 주된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가루다, 라이온에어, 시티링크 등 모두 60여개의 항공사가 운행하고 있다.
문제는 외형성장에 집착하면서 항공안전 수준이 라오스와 미얀마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후진국보다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회사 문을 열었다가 몇 년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 항공사가 45개에 이른다”며 “이는 항공사 설립이 그만큼 쉽다는 것이고, 관련 안전 규정이 촘촘하지 못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국제수준의 5분의1에 불과한 연봉(약 1,700만원) 등 열악한 처우와 그에 따른 숙련조종사 부족, 험악한 지형 조건, 낮은 안전의식 등도 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번 사고를 낸 라이온에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장 큰 대형 항공사지만, 2016년 이전에는 안전문제로 유럽지역에 진출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나마 올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덕분에 규제가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9일 오전 이륙 13분 만에 추락한 라이온에어 항공기의 탑승객 전원은 숨졌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0일 트리뷴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Basarnas)이 전날 밤까지 추락 해역에서 시신 24구를 발견해 수습했다. 밤방 수르요 아지 수색구조청 작전국장은 생존자를 찾지 못했고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점을 들어 “탑승자가 전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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