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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ㆍ여행가이드 지원하세요” 부실한 정부 전산망 ‘월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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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보조ㆍ여행가이드 지원하세요” 부실한 정부 전산망 ‘월드잡’

입력
2018.11.07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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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공고 147개 전수 분석해보니]

북미 일자리 공고 55%가 비정규직… 유럽 일자리 40%는 여행 관련

월드잡홈페이지
월드잡홈페이지

“한인 대상 면세품 판매, 여행 가이드 구합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운영하는 해외 취업 통합전산망 ‘월드잡’이 엉성한 관리 속에 방치되고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에 언어 능력과 전공을 고려하지 않은 직무도 상당수여서 양질의 해외 취업을 제대로 돕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본보가 월드잡 홈페이지(www.worldjob.or.kr)에 올라온 해외 취업 공고 147개(최근 등록순 기준 북미ㆍ아시아ㆍ유럽 각 50개 중 공고 만료 등 3개 제외)를 지난달 29일 전수 분석한 결과 정규직 공고는 10곳 중 4곳(36.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미는 분석 가능한 공고 중 절반이 넘는 일자리(55.1%ㆍ25건)가 인턴ㆍ계약직 등 비정규직이었다. 특히, 유럽 국가로의 취업 공고는 상당수가 여행업과 관련된 것들에 치중됐다. 여행사 가이드나 현지 한인 식당의 주방일(요리사, 주방보조), 한국인 대상 면세품 판매 등 업종이 전체의 41.7%(20건)였다. 이중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한 한국인 대상 기념품 판매 업체는 하루 8시간 근무 기준 월 1,200유로(155만원)을 급여로 준다고 밝히고 있다. 국내 최저임금(월 157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관광객 대상 면세점 판매자를 구하는 공고나 슬로바키아의 레스토랑 주방일 등은 모두 주 6일 근무를 명시하고 있다. 월드잡과 제휴를 맺고 있는 잡코리아가 내는 유럽 일자리 대부분은 이같이 경력ㆍ전공과 무관한 여행 관련 업종이 많다. 대부분 사업장은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어 현지 취업의 취지를 무색게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제휴를 맺은 잡코리아가 낸 공고는 전적으로 잡코리아 소관으로 월드잡 측은 키워드 필터링을 통해 질 낮은 일자리는 걸러내고 있다”라며 “매년 10회가량 진행하는 해외 취업 박람회를 통해 현지 기업이 직접 채용에 나서지만 기본적으로 월드잡은 해외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수요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잡 채용공고 현황. 강준구 기자
월드잡 채용공고 현황. 강준구 기자

불확실한 정보가 그대로 월드잡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등 관리도 허술하다. 취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급여나 근무시간 등이 누락된 경우는 전체의 절반(50.3%)이 넘었다. 지난달 25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올린 공고를 보면 경력자 모집에 ‘경력 무관’, 근무지역은 ‘베트남’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온라인 지원하기 클릭 후 연계된 잡코리아 홈페이지 내 이 회사 공고에는 근무지가 서울 성수동 본사로 명기되어 있고 경력은 7년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에 올라와 10월 30일까지 진행된 캐나다 서비스 직군 취업 관련 공고는 잡코리아 사이트로 연결하면 이미 5월 31일에 공고가 마감됐다고 나온다. 김종훈(민중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월드잡에 인증을 요청한 공고 8,795건 중 단 3.5%(315건)만이 거부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수 천개의 공고를 일일이 살펴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북유럽 정보 커뮤니티 노르딕후스의 이종한 대표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직업중개 사이트 운영자들 사이에서 한국 노동인력에 대한 평가가 좋고 수요가 있다”라며 “정부가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기업과 연계해 교육ㆍ취업을 주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해외 취업의 저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박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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