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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출소해 보복하면 어쩌죠”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유족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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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출소해 보복하면 어쩌죠”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유족의 절규

입력
2018.10.30 17:51
수정
2018.10.30 19:17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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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경찰 실질적 도움 받은 적 없어”

이낙연 총리 “심신미약 감형 현행법 재검토” 지시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우산과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30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한국건강가정진흥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나온 가정폭력 피해자 유가족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우산과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015년 2월 아빠가 이모들과 저희한테 재미있는 걸 보여준다고,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가족이 모두 모였어요. 그리고는 폭행 당한 상태의 엄마를 보여줬어요. 얼굴이 온통 피멍투성이였고 얼굴이 부어 눈도 못 뜰 정도였어요.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빠는 2시간 만에 풀려나 집에 돌아와서 집기를 던지며 ‘엄마 데려오라’며 밤새 저희 가족을 괴롭혔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장.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강서구 등촌동 전처 살인사건’ 피해 여성 이모(47)씨의 딸(이하 참고인)이 “(접근금지 명령에도)지속적인 협박과 가해가 있었지만 경찰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진술했다.

참고인은 국감장 한 구석에 임시로 설치된 가림막 뒤에 서서 음성 변조 장치를 단 채 악몽 같은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피해자가 오히려 가슴 졸이며 숨어 살아야 하는 부조리함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참고인의 친부 김모(49)씨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자신의 전 부인이자 참고인의 어머니인 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사건 이튿날 참고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그간 가족들이 김씨로부터 당해야 했던 폭력을 고발하며 “아버지를 사형해 달라”고 청원해 충격을 줬다. 이씨는 김씨와 이혼 한 뒤에도 4년 동안 살해 위협을 받으며 다섯 번이나 숙소를 옮겼지만 끝내 살해됐다.

참고인은 청원을 올린 경위에 대해 “(아버지가)심신미약으로 감형을 받아 곧 출소해 남은 가족들에게 보복할까 봐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평소에도 가족 모두에게 살해 협박을 하고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해 왔다”고 말했다. “그 동안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은 게 있냐”는 질문에 참고인은 “실질적으로 도움 받은 적이 없다”며 “지금도 저희 가족 모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가 자식들에게도 폭행을 했느냐는 질문에 참고인은 “손을 묶은 뒤 때린 적도 있다. 평소에 자신과 의견이 맞지 않으면 말보다 손이 먼저 올라왔다”고 했다.

참고인의 처절한 진술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전혜숙 여성가족위원장은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아프다”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이 앞선다”(윤소하 정의당 의원) “마음이 아파 질의를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들을 위한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14일 발생한 ‘강서 PC방 살인사건’과 관련, “경찰청은 초동대응이 충실했는지 점검하고, 법무부는 심신미약의 경우 범죄 경중에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형량을 줄이는 현행법이 사법정의 구현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검찰은 기소부터 구형까지 심신미약 여부를 조금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는지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서구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의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강서구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의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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