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다국적 ‘IT공룡’들이 내고 있는 세금이 버는 수입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영국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예산안을 설명하면서 2020년 4월부터 IT기업들에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먼드 장관은 “영국에서 수익을 내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적정한 몫을 지불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일”이라며 도입 목적을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마켓, 검색 엔진 등을 운영하는 IT기업에 간접세 성격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건데, 이 방안에 전세계 연간 매출이 최소 5억 파운드(약 7,287억원) 이상인 IT기업들은 법인세와 별도로 영국에서 번 매출의 2%를 납부해야 한다. 해먼드 장관은 “새로운 세금을 도입함으로써 2019~2020년 2억7,500만파운드의 세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동안 글로벌 IT기업들은 조세피난처에 서류상의 본사를 두는 방식으로 주요국의 과세망을 회피해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영국에서 87억 파운드(약 12조6,686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납세액은 450만파운드(65억5,276만원)에 그쳤다. 가디언은 또 “페이스북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매출의 절반 가량인 20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는데, 매출의 5%만 영국에서 과세 대상으로 잡혔다”며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벌어들인 수익이 적게 표시됐고, 그에 따라 아주 적은 세금만 냈다”고 꼬집었다.
이런 이유로 IT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영국 이외 다른 나라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달 초 2019년부터 디지털세 과세방안 마련에 착수했고, 유럽연합(EU)도 유럽 내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 IT기업들을 대변하는 정보기술산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영국 예산안에 디지털세가 포함된 것에 실망했다”며 “디지털세를 부과하면 일자리 창출 방해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계 법무법인에서 조세전문가로 활동 중인 벤 존스는 “기술 혁신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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